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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기초의원 선거 무관심 ‘묻지마 투표’ 될라

주민 생활과 밀접 관련 있지만 단체장 선거 밀려 관심 저조

공약·정책 몰라 ‘정당투표’ 우려… “후보 검증·공약 보도 늘려야”

기사입력 : 2022-05-25 21:32:00

“도지사, 시장이 누가 당선될지 궁금하지, 도의원, 시의원 선거에는 누가 나오는지 관심 없지 않나요?”

통영에 사는 직장인 정모(35)씨는 ‘이번 선거에서 뽑고 싶은 광역·기초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광역·기초단체장부터 광역·기초의원, 교육감까지 한 번에 선출하는 6·1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낸 후보들의 선거운동 ‘후반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후보자 공약이나 정책은 고사하고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등 무관심한 모습이다. 특히, 경남도지사, 경남교육감, 18개 기초단체장 선거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적은 도·시·군의원의 경우 후보들은 모르고 정당보고 투표하는 소위 ‘묻지마 줄투표’까지 우려된다.

4일 오전 창원시 진해구 도천초등학교에 설치된 중앙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김승권 기자/
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경남신문 자료사진/

광역·기초의회 의원은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자리이지만, 정작 지자체장 선거에 밀려 관심이 낮은 실정이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 공약이나 정책 대신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이른바 ‘줄투표’가 이뤄지고, 주민들의 감시·견제에서도 비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연장 선상에서 이번 지방선거도 ‘정당투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더 부추기고 있다. 지난 3·9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경남에서 58.24%를 얻어 37.38%에 그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20.86%p 차이로 이겼는데, 지방선거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경남도지사, 창원시장 등 도내 주요 선거 판세가 대선 때와 같이 국민의힘 후보의 상대적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

‘줄투표’ 양상은 앞선 선거에서도 잘 드러났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2014년과 2018년에 실시된 제6·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니 특정 정당 쏠림 현상은 극명했다. 8년 전인 2014년 지방선의 경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18개 시·군 단체장 중 14곳(새정치민주연합 1곳·무소속 3곳)에서 당선됐는데, 당시 경남도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55석 중 50석을 싹쓸이했고,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새누리당은 지역구 전체 225석 중 67.1%에 해당하는 151석(새정치 20석·진보당 6석·노동당 2석)을 차지했다.

탄핵 정국 이후 치러진 4년 전 선거에서는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 권력이 쏠렸다. 김경수 전 지사가 민주당 당적을 갖고 처음으로 지사직에 당선된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은 도의회 의석 58석 중 34석(58.6%)을 꿰찼다. 각 시군 기초의회 지형도 이때 바뀌어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은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보다 69명이 증가해 89명까지 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남도의원 선거 지역구 58명, 시군의원 선거 지역구 234명, 비례대표 도의원 6명, 비례대표 시군의원 36명 등 전체 355명 가운데 334명의 지방의원을 뽑는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당 내부에서도 정당만 보고 찍는 ‘줄투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광역·기초의원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 당선 이후 의정활동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레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지방의원에 관심이 없고, 정당도 유권자들이 지방의원에 관심 없는 점을 악용해 역량과 자질이 떨어지는 후보도 논란 없이 공천하는 일이 부지기수다”며 “이런 지방의원들이 늘어나게 되면 또다시 지방의원 무관심을 부추기고, 결국 ‘지방의회 무용론’으로까지 커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노희승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25일 “단체장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 방향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방행정 권력을 감시하는 지방의회 권력의 역할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며 “건강한 정치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 스스로 관심을 갖고, 언론에서도 단체장 중심 보도에서 벗어나 지방의회 권력에 대한 후보자 검증이나 공약에 대한 보도를 더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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