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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조약돌을 키우다- 안창섭(시인)

기사입력 : 2022-05-26 20:17:46

돌을 키운다. 아무것도 아닌 돌을, 그것도 분양을 받아서 훈련도 시킨다는데? 돌을 키운다는 것이 생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여러 명이 소개를 하고 있으니, 아니 믿을 수밖에 없다.

최근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식물도 있다. 그중에서 이 조그만 돌이 어떻게 사람과 더불어 사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반려돌’은 생명은 없지만, 애정을 쏟으며 곁에 두는 돌로, 주로 화분이나 수조를 꾸미는 데 사용되는 달걀 모양의 반들반들한 ‘에그스톤’을 사용한다고 한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견주라고 하는 것처럼 반려돌을 키우는 사람들을 석주라고 하는데, 이들은 각자 취향에 따라 돌에 액세서리를 입히거나 집을 꾸며주는 등의 애정을 쏟는다고 한다. 강아지, 고양이도 아닌 돌멩이가 이름을 갖고 산책하거나 씻겨주는 등, 감정 교류를 통해 위로를 받는 사람들, 이런 반려돌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975년 게리 달이라는 미국 청년이 ‘페트 락’(pure blood pet-rock)이라는 이름으로 반려돌을 판매한 적이 있는데. 당시 달은 30여 쪽의 ‘페트 락 훈련 교본’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이 교본에는 페트락 돌보는 법, 재능과 특기, 길들이는 법, 훈련 시키는 법까지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시 반려돌의 이름이었던 ‘퓨어 블러드 페트락’에서 따온 페트락 현상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돌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 해보자. 돌은 인류 최초의 도구이며, 최초의 무기로 사람과 더불어 살아왔다. 고인돌, 돌담 집, 성벽과 궁궐, 예술품, 종교시설과 연자방아, 맷돌, 절구 등 생활용품으로 다듬어지고 만들어져 우리와 함께했다. 이제는 주머니 속에서 책상 앞에서 함께 걸으면서 돌봄이 필요 없는 반려자로, 고요한 위안을 주는 똘똘한 돌을 가지게 됐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이곳에서 파는 물건은 다름 아닌 돌인데요. 진귀하고 값비싼 돌이 아닌 평범하지만 쉽게 구매가 가능한 애완용 돌입니다.” 이른바 반려돌 쇼핑몰로 불리며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아이는 아낌없이 주고도 대가를 바라지도 않아요. 배신하지도 않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네요” 등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반려돌과의 소통은 곧 거울처럼 반사돼 스스로 다독이는 순간이며 현대인들에게 회복 탄력성을 길러 긍정의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고장 난 손목시계와 빛바랜 반지를 통해서도 위안을 받고 옛일을 추억하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든지 돌과의 소통을 통해서도 큰 위안을 받을 수 있겠다.

현대인의 위로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돌멩이로 위로를 받는 이런 상황이 미덥지는 않지만 우리가 처해있는 빈부·남녀·세대·이념 등 다양한 갈등구조, 서로가 믿음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생명주기가 짧은 동·식물보다는 돌봄이 필요 없는 무생물들이 소통의 공간에서 공감을 통해 작은 위로를 주고 받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이제 반려돌은 변하지 않는 동반자로 오래오래 우리의 곁을 지켜주고, 작지만 언제든지 큰 위안을 주는 돌이 될 것이다.

안창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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