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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범죄와의 전쟁 ⑧ 마약 위험 사회에 접어든 한국

마약사범 1만6000여명… 마약청정국 옛말

연령대 낮아지고 외국인도 급증

기사입력 : 2022-06-12 21:44:45

최근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유된 한 동영상에서는 미국 필라델피아주 켄싱턴 도시의 사람들이 마약에 취해 마치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어 충격을 안겼다. 영상에는 마약 중독자들이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마약을 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주민들은 행여나 중독자들에게 위협을 당할까 겁에 질려 있었다.

1971년 리차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첫 번째 공공의 적은 마약 남용이다”고 말하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정부는 마약단속국을 창설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지만, 현재까지도 마약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초강대국인 미국도 벗어나기 힘든 게 마약 문제이다.


한국도 마약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미 마약 위험 사회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은 과거 마약 청정국이었지만 현 상황을 보면 옛말이 됐다. 어쩌면 이미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이다”며 “미국과 달리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마약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1년 마약사범은 1만6153명이 적발됐고 3년 연속 1만 6000명이 넘는 마약사범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마약 문제는 젊은 층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19세 이하 마약 사범은 2021년 450명으로 2020년 313명 대비 43.8% 증가했고, 4년 전보다 278.2% 급증했다.

외국인 마약사범도 사상 최대인 2399명이 적발돼 상황의 심각성을 더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증가하고,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해 자국인들에게 판매하거나 투약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예방 교육과 마약 중독자 재활 시설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예방 교육과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재활 시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다시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정부가 이 두 해결책에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계장은 “현재 마약 문제의 핵심은 SNS가 발달하고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마약 유통이 쉬워져 젊은 연령대도 마약 중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며 “10대 청소년들이 마약류로 많이 지정된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중독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경남교육청, 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전국 최초로 마약 예방 교재를 만들었다”며 “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마약에 손을 안 대게끔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우 교수는 “지금까지는 수요 공급을 차단하는 정책을 펼쳤다면 이제는 이와 함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치료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같은 경우는 1960년대부터 마약을 접한 청소년들을 따로 모아 일정 기간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고, 청소년 마약 문제를 하나의 범죄로 여겨 해결에 노력했다. 한국 같은 경우는 이런 프로그램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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