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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생활 속 안전사고 위험지역 현장을 가다 (4) 전통시장 소방통로

‘따닥따닥 전통시장’ 화재 취약한데… 적치물·가판대에 막힌 ‘안전길’

기사입력 : 2022-06-19 21:35:44

어시장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동행
골목 들어서자 출동로 막혀 외곽 우회

리어카·오토바이 등 옮겨 진입했지만
도로 점령한 적치물로 500m밖에 못가

“긴급상황 시 골든타임 확보 위해선
시장 내 소방통로 항상 열려 있어야”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뒤 후회하면 이미 늦은 일입니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통로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합니다.”

전통시장은 화재 등에 취약하지만 대비가 어려운 대표적인 시설로 꼽힌다. 전통시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선 소방차 진출입로 확보는 기본이고 시장에 널린 위험요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소방통로만 하더라도 도로를 점령한 가판대나 적치물 등으로 늘 막혀 있다. 이번 편은 경남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에서 소방의 길 터주기 훈련에 동행해 소방 출동로 문제를 살펴봤다.

지난 16일 오후 마산소방서에서 소방지휘차, 펌프차, 구급차 등 차량 6대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나섰다.

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날 훈련은 마산의료원→어시장→수출정문→마산엠호텔→어시장내부통로 등 약 5㎞ 구간에서 실시됐다. 소방출동로 확보 훈련은 건어물거리가 형성된 동쪽에서 어시장을 관통해 서쪽 활어회거리를 지나 롯데백화점 마산점 방면으로 관통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꽉 막힌 소방출동로였다. 현장에서 도무지 여의찮다고 판단돼 어시장으로 진입한 펌프차 등 4대는 시장 골목을 조금 지나서는 외곽 골목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강승주 안전예방과 화재안전정보조사 팀장이 건어물거리 내 출동로 안에 세워진 상인들의 리어카와 오토바이 등을 옮겨달라고 해 약간의 소방로가 열렸다. 시장 안에는 소방차 출동로를 나타내는 노란선이 그어져 있다. 이 노란선 안으로 너비 약 2.4m의 펌프차가 각 점포 적치물들과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진입이 이어졌다.

소방차가 500m가량 진입했을 무렵,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밖에 안 되겠습니다. 더 진입이 불가할 것 같습니다.” 강 팀장은 가능 범위까지 진입한 뒤 소방출동로를 점령하고 있는 적치물과 가판대 등을 보고는 소방차를 외곽으로 돌리고, 도보 점검을 통해 상인들의 화재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로 했다.

그는 “소방통로 확보 훈련을 하면 미리 상인들에게 안내를 하고 적치물을 미리 치워놓거나 안 꺼내놔야 하는데 오늘 훈련에는 상인들이 시장을 통과할지 모르고 사전 협의가 잘 안됐던 것 같다”라며 “소방차를 시장 끝까지 진입해 가판을 모두 치운다거나 통행로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강제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시장 안 수산물거리 쪽은 소방통행로 중간으로 상인들이 땅바닥에 앉아 수산물을 대야에 담아 놓고 장사를 하고 있어 소방차 진입이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꼽힌다. 상인들은 생업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시장 통행로를 완전히 열기 위해선 소방의 점검뿐 아니라 행정의 지원,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 등이 모두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강 팀장은 시장 안을 걸으며 소화안전함 내 소화기 유무 등을 살폈다. 소방은 거리 지점별로 공용 소화안전함과 자동심장충격기 등을 갖춰놓고 매월 점검을 펼친다.

소화안전함에는 소화기 외 노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투척용 간이소화용구, 방열장갑과 확성기, 휴대용 조명, 간이 구급함 등이 들어 있고, 급할 땐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점검에선 소화안전함 앞에도 상인들이 적치물을 쌓아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또 상인들은 자체 소화기를 가게 안에 꺼내기가 힘들 정도로 구석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경각심이 당부됐다. 이날 소방 점검을 지켜본 상인 전병규(71)씨는 “시장에선 점포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기 때문에 한 집에서 불이 나면 다 타버린다. 소방에서 수시로 점검을 나오면 상인들도 협조를 잘하는 편이다”라며 “전통시장의 안전은 소방통로 확보도 중요하고 상인들도 스스로 예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등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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