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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나간 장애아동 실종 후 사망… 8년 전 참변 되풀이

기사입력 : 2022-06-19 21:37:32

창원 특수학교 자폐아동 혼자 나가
인근 저수지서 숨진 채 발견
2014년 사건과 ‘판박이 사고’

부모 “대응 미숙해 구조 차질”
|경찰, 관리감독 소홀 여부 등 조사


창원의 한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 활동을 하던 자폐성 장애아동이 실종되어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애 아동에 대한 허술한 보호로 지난 2014년 한 자폐성 장애아동이 특수학교 수업 이동 중에 실종돼 15일 만에 폐건물 지하에서 익사해 발견됐던 사건과 판박이로 참변이 재발됐다는 지적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께 창원의 한 특수학교 2학년생으로 방과후 수업을 받으러 어린이집에 등원했던 A(10)군이 혼자 밖에 나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오후 3시께 접수됐다. 경찰은 인근 수색 중 600m 정도 떨어진 저수지 둑에서 A군이 신던 슬리퍼를 발견했으며, 오후 4시 30분께 소방의 수중 수색에서 숨져있는 A군을 발견했다.

숨진 아동의 부모는 어린이집의 보호가 소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A군은 교사의 보호가 필요한 데도 스스로 외출이 가능했다는 점과 어린이집에서 실종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그 사실을 늦게 알리거나 대응이 미숙해 구조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군의 어머니는 기자에게 “하원 때 아이를 종종 데리러 가면 아무나 문을 열 수 있게 나가는 잠금 장치가 안 돼 있었던 것 같다. 어린이집에선 아이의 실종 당시 12명의 어린이를 7명의 선생님이 봤다고 하는데, 1명당 2명 보는 정도밖에 안 되는 데 교실이 2층인 아이가 1층 바깥으로 혼자 나가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 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또 숨진 아동의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어린이집 CCTV에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은 당일 오후 2시 24분가량이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우리에게 아이의 실종을 알려온 것은 오후 3시쯤 119에 신고가 된 뒤 20분가량 된 3시 18분 정도였다. 저수지에서 신발이 발견되자 그제야 아이 것이 맞느냐고 물어본 뒤 실종됐다고 했다. 우리가 보호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한 이후 한참 더 늦게 이야기를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부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사라진 것을 인지한 시각과 이후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 규명이 되어야 하고, 아이가 사라졌다면 왜 주변에 가장 위험한 저수지부터 찾아보지 않았는지 매뉴얼상 문제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A군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소홀 여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자폐성 장애아동으로 창원의 다른 특수학교 2학년생이던 B(9)군이 학교 밖으로 나가 실종됐다가 보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역 특수학교마다 투명 담장이 설치되거나 CCTV가 추가 설치됐으며 장애 아동에 대한 보호 책임과 실종 사건 발생 시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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