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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물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맑고 푸른 경남- 이재돈(김해문화원 이사·향토사연구위원)

기사입력 : 2022-06-20 20:55:29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사태가 인류의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가뭄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서 물에 대한 귀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예로부터 물을 잘 이용한 민족은 국력이 부강하고 질 높은 문명과 삶을 유지해 왔으므로 물은 곧 인류 문화요,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자연 자원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물자원을 잘 이용하여 친환경적 자연생태계 복원은 물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 사례들은 많이 있다. 서울의 청계천을 비롯한 경기도 일산의 호수공원, 강원도 강릉의 경포호수 등은 주민들의 쉼터는 물론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안동의 물문화관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도 물문화관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우리 경상남도는 민족의 젖줄인 낙동강과 함께 하동 섬진강, 진주 남강, 거창 위천천을 비롯한 지방 하천과 창녕 우포늪, 창원 주남저수지, 김해 화포천, 합천 정양늪 등 수자원이 풍부한 천혜의 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와 같이 낙동강을 비롯한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지방하천과 자연 늪지대를 보유하고 있어 물의 자원화는 물론 물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의 물문화 자원을 잘 이용하고 있는 함안군의 모범 사례를 살펴보면 법수면 악양면을 흐르는 남강을 중심으로 둔치와 둑방길에 해마다 계절 맞춤형 꽃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 봄에는 꽃양귀비와 수레국화, 안개꽃 등으로 아름다운 꽃단지를 조성해 코로나가 지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약 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전국의 ‘가보고 싶은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김해시는 해반천과 신어천, 대청천을 중심으로 친환경 하천 조성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으며, 화포천 습지생태공원, 낙동강 레일파크 등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한 친환경 관광벨트를 조성해 자연생태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경상남도는 지난 17일 행정안전부 주관 ‘2022년 안전하고 아름다운 소하천 가꾸기’ 공모전에서 통영시 정량천이 치수 위주의 하천정비에서 벗어나 자연 생태하천으로 복원, 친수문화공간으로 활용해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과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해 올해 가장 안전하고 아름다운 소하천으로 뽑혔으며, 거제시 용산천이 장려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또 기상이변에 따른 갑작스러운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태풍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도내 11개 국가하천과 16개 배수 영향권 지방하천 구간에 ‘스마트 홍수관리시스템’ 373곳을 구축했다. 이처럼 홍수 방어 기능 강화는 물론 친환경적인 하천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살기 좋은 경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의 고장인 경상남도는 하천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 측면과 자연생태환경적 측면을 재발견하면서 지방 하천과 마을 실개천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물문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 하천 개발을 지역의 역사·문화적 측면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함으로써 하천이 오염되고 심지어 하천 복개로 인해 수많은 소하천이 사라지는 등 하천의 소중한 가치가 경시돼 온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의 의식이나 실천이 동반되지 못한 채 각종 시설물과 놀이터 중심의 하천 공간이 조성돼 왔다. 경남의 물문화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물문화 현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하천 개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물문화 선진화를 위한 이론적·실증적인 연구와 정책 제안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물문화 정책협의체 구성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마을 강둑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물의 소중함을 체득하면서 친환경생태계와 함께하는 힐링 공간이 확대되길 바라며, 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맑고 푸른 경남의 꿈이 가뭄과 폭염에 지쳐 가고 있는 도민들에게 한줄기 단비가 되길 기대한다.

이재돈(김해문화원 이사·향토사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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