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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술이 없어도 즐거운 세상- 차상호(창원자치사회부 부장대우)

기사입력 : 2022-06-21 20:35:14

“술이 있어 즐거운 세상. 주락이 월드. 저는 주류 탐험가 조승원이고요~”로 시작하는 시그니처 멘트만 들어도 오늘은 또 어떤 술의 세계로 안내할지 궁금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샴페인 브랜드 ‘모엣 샹동’. 한국에서 1300만병 팔린 몬테스 알파. 예술가들이 사랑한 압생트는 왜 악마의 술이 됐나. 유리병에 담긴 최초의 버번위스키 올드 포레스터. 세상에 딱 4대뿐인 증류기로 만드는 봄베이 사파이어.

▼일사에프라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주락이 월드’ 코너에서는 그야말로 다양한 술을 소개한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가장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곰표맥주였던 것 같다.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렸다는 뉴스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후 글렌피딕, 발렌타인, 마티니, 조니워커, 짐빔, 하이네켄, 호가든, 와일드 터키, 잭 다니엘스 등 여러 편을 섭렵했다. 술을 즐기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지식의 향연이다.

▼사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고 술자리는 고역이다. 이번 주만 해도 이틀이나 저녁 약속(사실은 술 약속)이 잡혀 있지만 말이다. 저녁 먹자고 하면 잠깐 고민하게 된다. 코로나19 종식은 아직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회식’의 부활을 걱정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때 공감이 가기도 했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술을 찾는다. 더워서, 추워서, 슬퍼서, 기뻐서, 비도 오고 그래서, 새로운 술이 나와서, 무엇보다 술이 땅겨서.

▼소설가 김영하는 유퀴즈에 출연해 최근에 읽은 책 ‘금주 다이어리’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약물은 그 약물을 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그 약물을 끊은 사람이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술만은 그걸 끊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고, 그걸 하는 사람이 정상으로 보이더라는 것을. 그렇다. 한약을 먹어서, 내일 건강검진을 받아서, 운전해야 해서. 그런 말들을 하지 않을 수 있기를. 양쪽이 모두 좋아야 좋은 것이다.

차상호(창원자치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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