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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미국의 본격 금리인상과 경남 부동산 시장- 이명용(경제부장)

기사입력 : 2022-06-21 20:35:18

국내 아파트 가격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끝없이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국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급격한 금리인하와 함께 엄청난 돈을 시중에 쏟아낸 결과다. 과잉유동성으로 시중에 갈 곳을 잃은 돈들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양 시장 모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폭등을 가져왔다.

세계경제를 반영하는 미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코로나 직후 대비 최고 2배 올랐고, 주택가격도 지난해에만 34년 만에 가장 높은 18.8% 뛰었다. 국내의 서울 등 수도권 집값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유동성 파티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올들어 미국이 지난 3월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첫 기준금리 인상(0.25%p)을 시작으로, 이달 0.75%p 등 본격 긴축에 들어가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철옹성 같던 국내외 부동산 시장도 최근 미국의 0.75%p에 이어 내달에도 같은 수준의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해 3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고, 지난주(-0.01%)보다 하락폭도 커졌다.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 1,2위를 기록한 인천과 경기도가 지난주까지 각각 0.33%, 0.41% 하락했다. 서울의 누적 하락률(-0.13%)을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부동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의 하락세로 전환은 경남 등 지방에는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값 하락세는 올해 미국과 국내의 금리인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하락폭과 지속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연말께 대출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국내외 물가상승 등으로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2%포인트(p) 이상 뛰어 7%를 넘어섰는데, 이달 미국의 0.75%포인트 인상 탓에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 최소 1~1.2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에 이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의 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온다. 2008년 9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한 바 있다. 당시 창원 등 전국적으로도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큰 혼란에 빠졌다.

벌써부터 10여년 만에 다시 고금리가 예상되면서 많은 대출을 안고 집을 구입한 영끌족은 급증하는 이자 부담으로 잠을 못 이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 방을 노리고 무리한 투자를 한 사람들에게 부메랑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2008년 외환위기 때와 현재는 경제 상황이 다르고, 새 정부가 천문학적인 가계대출의 연착륙을 위한 노력과 함께 재건축 규제완화 등을 추진 중이어서 하락폭이나 기간은 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가 우리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명용(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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