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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RM의 미술 사랑-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기사입력 : 2022-06-23 20:16:51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미술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환기, 유영국, 이우환, 윤형근 등 추상미술 거장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들의 전시회가 열리면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 관람한다.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린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김환기의 대작 ‘여인들과 항아리’, 대구미술관에서는 유영국의 1970년대 ‘산’ 연작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겼다. 이우환 별관이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에는 네 번이나 방문했다.

▼얼마전 한 방송에서 RM이 작업실과 집에 걸려 있는 소장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다. 영원을 빚은 조각가 권진규의 ‘말’(추정가 3억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작품(1억9500만원),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 작품(1억6400만원), 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5800만원), 서양화가 정영주의 ‘사라지는 고향’(5000만원)· ‘사라지는 풍경’(6800만원)을 비롯해 수십억어치에 달한다.

▼20대 후반의 아이돌 스타가 음악활동으로 빽빽한 일정 속에서 손수 사전 예약까지 해가며 전국 각지의 미술관을 찾고 작품을 사모으는 것을 보면 취미생활을 넘어 전문 컬렉터라고 할 만하다. 일부에서는 소장 작품 다수가 유명 화가의 고가 작품이라는 점을 들어 투자 목적이라고 얘기하지만 본인은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RM은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해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수긍이 간다.

▼국내외 많은 팬을 보유한 RM의 갤러리 방문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 그다음 날부터 RM이 ‘인증샷’을 찍은 작품 앞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 전시 주최자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청소년들이 미술관을 찾도록 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발품을 팔다 보면 진흙 속 진주 같은 작품도 찾아내는 안목을 갖게 되지 않을까.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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