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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46) 함안 말이산 고분군

초록 무덤 사잇길 느티나무 쉬어가라 손짓하네

기사입력 : 2022-06-29 08:05:38

아라가야 순례길에서 만난 느티나무

잠시 쉬어가라 손짓하네

오래된 친구처럼 그늘을 내어주고

초록의 무덤들 사잇길에서

길고 먼 여행길에 부채를 펼친다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전설 속 주인공은 누구일까

천년 넘게 푸른 들녘을 내려다보며

항아리에 거미줄로 새겨낸 실금의 시간

허무도 영화도 아닌

무덤 속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아라가야의 타임캡슐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갇혀

비밀을 말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봉인되어 있다

잔디에 언뜻언뜻 풀꽃으로 피어나는 토기들

나뭇잎 속살까지 바람이 불어오고

그늘에 앉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

가야인의 숨결이 된다


☞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1964년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도항리 고분군(사적 제84호)과 말산리 고분군(사적 제85호)으로 관리해 오다가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동일한 시대와 성격의 무덤들이 조성돼 있는 하나의 고분군으로써 2011년 7월 28일 사적 제515호로 통합·재지정됐다. 사적으로 지정된 지번은 도항리 484 등 562필지이며, 면적은 52만5221㎡로 가야시대 고분유적으로서는 최대급의 규모를 자랑한다.

말이산고분군의 출토유물은 토기 2010점, 철기 2479점, 장신구 3381점, 기타 91점 등 총 7961점의 다종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이는 아라가야가 독자적으로 형성, 발전시켰던 찬란한 문화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고대 한반도 남부의 일원으로서 주변 국가의 교류, 갈등, 정복 등의 관계상을 잘 반영하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함안박물관 홈페이지 참조)

시·글= 민창홍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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