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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력과 권위- 김영근(대한한의사협회 전국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기사입력 : 2022-06-29 20:11:05

2022년은 우리나라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른 해이다. 권력이란 치열한 각축장에서 서로 포지션(position)을 차지하기 위해 자웅(雌雄)을 겨뤘다. 정권 교체와 연장의 힘겨루기로 이기려고 하는 쪽과 지지 않으려고 하는 진영 간의 혈투였다. 권력(勸力)은 힘을 가진 자리에 있을 때 나온다. 반면 권위(權威)는 그가 갖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그를 존경할 때 생긴다.

진정한 권력은 평소 자기를 한없이 낮추고 겸손하며 말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겨야 가치를 더한다. 권위는 합리적 권위와 억제적 권위로 나뉜다. 합리적 권위는 이타심을 바탕으로 다가가면 더 높이 보이고, 수그리면 더 멀리 보인다. 존경과 신뢰를 동시에 아우른다. 반면, 억제적 권위는 제왕적인 자세로 마치 자기가 모든 권력을 휘둘러야 한다는 아집으로 집단지성의 상식을 무너뜨린다. 독재자는 권력이 강해질수록 지배자로 군림해 부하에게는 복종을 강요한다. 그러면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시늉만 해 면종복배(面從腹背)하게 된다.

현대는 다양한 정보 문화 홍수 속에서 분산화, 개발화, 상호동조화라는 명제를 안고 있다. 통합적이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모토(motto)로 해 함께 공유하려는 패러다임이 추세다.

리더(leader)는 섬긴다는 진정성을 갖고 탈권위적이고 자기 자신이 솔선해 봉사하고 희생한다는 자세이어야 함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배려하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 조직과 상생의 발전을 꾀하게 해야 한다.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봉사의 미덕을 발휘해 조직 구성원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는 물론이고, 헌신적인 희생으로 서로 힘을 북돋아 주고 격려하며 코칭(coaching)을 하면서 다가서려는 마음이다. 서번트리더십은 진정성 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진정성이 목표 편향적이 되면, 되레 부작용만 낳는다.

2000여년 전 이미 사마천의 ‘사기’는 병법의 천재, 오기(吳起)의 인생역정을 통해 그런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 오기가 서번트리더십의 원조인 셈이다. 그는 장수가 되자 신분이 낮은 병사와 똑같이 입고, 밥을 먹고 생활했다. 행군할 때는 자기 식량도 같이 챙겨 다녔다. 종기 난 병사의 고름을 직접 빨아 주기도 했다. 사마천은 오기의 청렴과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서번트리더십의 창안자인 로버트 그린리프는 ‘예지력’을 열쇠로 꼽았다. 그는 “서번트 리더(leader)가 돼 다른 사람들의 걱정까지 껴안으려면 예지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예지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고 변화를 알아채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메타인지의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호선망세(好善忘勢)는 〈맹자〉에 나오는 말로 인재를 감동시키려면 자신이 아끼는 인재 앞에서 옳은 가치를 중요시하고 자신의 권위와 권세를 잊어야 한다는 의미다. ‘권위주의적인 사람’은 권위 의식과 독선으로 다른 사람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남긴다. 진리의 세계에 있어서는 권위의식(權威意識)이란 곧 실속 없는 거짓임을 밝혀 주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추구하는 윤리적 기본가치는 매우 권위적이지만,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아는 오너가 경영에서도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김영근(대한한의사협회 전국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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