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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단상- 김정민(경제부 차장)

기사입력 : 2022-07-04 20:58:49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올해 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수치로, 월급(209시간)으로 따지면 201만580원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매번 인상안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주장의 이유도 유사했다. 노동계는 생활 물가가 오르는 만큼 적정 생계비를 유지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경영계는 생산재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영난이 어려워졌기에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890원(18.9% 인상)과 9160원(동결)을 제시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3차 수정안인 1만80원 대 9330원을 끝으로 더 이상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9620원의 단일안은 공익위원들이 내놨다. 종래의 도식처럼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불참하거나 퇴장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대로 표결 채택됐다. 늘 그래왔듯 인상안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를 고려하면 인상이 아닌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며 비판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고물가 등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코로나19에 이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로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한국노총은 “낮은 인상률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측 모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는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 생계비 보장이다. 이는 대기업이 아닌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비정규직, 일용직 근로자가 대상이다. 노동조합을 구성하지 못하는 최하위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경영이 쉽지 않거나 지불 능력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 매출이 낮은 소규모 자영업자 역시 사정은 딱하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아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윤이 적은 상황에서 추가 임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논의에 있어, 경영계와 노동계의 주장은 을과 을의 다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저임금의 인상률을 토대로 대기업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협상과정에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화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도 임금 격차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차등 적용을 할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수도권과 지방의 임금격차 심화, 지역과 직종 간의 인력 편중 및 인력난 우려, 높은 임금으로의 이동으로 인한 성별 소득불균형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작금의 업종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부분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내년에도 또다시 최저임금을 논의해야 한다. 이번 최저임금을 결정했다고 제기되는 문제점을 지나칠 것이라 아니라 조금이라도 입장차를 좁힐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제도 도입의 이유를 다시금 상기하면서 을과 을의 분쟁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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