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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로 탄소중립 완성을] (5) 경남 수열에너지 미래는

전문가 “수열에너지 활용 기반·제도 마련을” 한목소리

기사입력 : 2022-07-12 08:11:15

국내 수열에너지 도입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버려지던 유출지하수를 탄소중립의 핵심 수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내년에는 지하수열을 재생에너지로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환경시설에서의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수열·하수열 에너지, 하천수 및 전국 상하수관로를 이용해 해당 시설이나 인근 건축물의 냉·난방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제도 미비로 수열에너지에 쓸 수 있는 물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재생에너지로서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적어 발전 가능성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수열에너지의 가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11일 창원시 의창구 신방초등학교에서 탄소중립동아리 ‘MAKER22’ 학생들과 이창훈 탄소중립중점학교 담당교사가 학생들이 키운 공기정화식물 스킨답서스를 앞에 두고 “수열에너지로 지구를 지켜요”라고 외치고 있다. 신방초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열에너지 시범사업 학교로 선정됐다./김승권 기자/
11일 창원시 의창구 신방초등학교에서 탄소중립동아리 ‘MAKER22’ 학생들과 이창훈 탄소중립중점학교 담당교사가 학생들이 키운 공기정화식물 스킨답서스를 앞에 두고 “수열에너지로 지구를 지켜요”라고 외치고 있다. 신방초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열에너지 시범사업 학교로 선정됐다./김승권 기자/

서울과 강원도 등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수열에너지 활용을 고심하고, 적용을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경남도는 수열에너지 활용 계획이 전무한 상태다. 창원 신방초등학교가 전국 수열에너지 시범사업 9곳 중 한 곳으로, 학교로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것이 유일한 성과다. 조용한 수면에 파장을 일으키듯 수열에너지 도입을 바라는 목소리를 담았다. 머지않아 경남에도 수열에너지 물결이 일렁일 수 있을까.


김시헌 안양대 교수
김시헌 안양대 교수

경남지역 물환경 이점 많아
수열에너지로 RE100 선도를

◇안양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김시헌 교수

세계에너지총회가 매년 각국의 에너지 시스템의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에너지 트릴레마 지수(Energy Trilemma)’에서 한국은 지난해 128개국 중 32위에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특히 지수를 이루는 주요 축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지속가능성(30%)’은 C등급을 받았고, 에너지 안보와 형평성 부문도 B등급에 그쳤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매우 안타까운 수준이다. 지금 에너지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선 무엇보다 원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를 줄이고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며,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가 물의 열을 히트펌프를 이용해 건물의 냉난방에 이용하는 수열에너지다. 국내에서는 도입 시도 단계지만 이미 40년 전부터 쓰여온 공법으로 법 제도만 바뀌면 바로 활용이 가능한 검증된 신재생에너지다. 공간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고 위험성이 낮은 수열에너지는 어디든 적용이 가능하나, 특히 경남은 물환경이 좋은 이점을 갖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클 수 있다. 서울과 강원도의 경우 제도 완비 전에 사업을 앞서나가면서 지자체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시범사업 단계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경남이 수열에너지 도입에 적극 나서 RE100을 선도하는 지자체가 되길 바란다.

백수명 도의원
백수명 도의원

이달 중 ‘경남형 로드맵’ 발표
수열에너지 자치법규 제정 기대

◇경남도의회 백수명 도의원(국민의힘·고성1)

경상남도의회는 지난 6월 22일 제 1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경상남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안’을 원안가결했다. 1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이 조례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에 따라 만든 조례로 경남도, 공공기관, 사업자 및 도민의 책무에 대해 규정하고, 2050 탄소중립 이행 목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구성·운영,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시행,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등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탄소중립 지원센터의 설립·지정·운영 등을 골자로 한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사무에 관하여 법령의 범위 내에서 지방 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한 법’즉, 우리 고장의 법이다. 경상남도 기후위기 대응 조례는 우리 고장의 법으로써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제도적 기반마련을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례를 근거로 이달 중 경남형 2050 탄소중립 비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전략도출을 위한 ‘경남형 2050 탄소중립 방안(로드맵)’이 발표될 계획이다. 이에 맞춰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도 지역사회가 한 축을 담당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2026년까지 전국 정수장과 댐, 하수처리시설 등에서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현재보다 약 76% 늘리고, 이들 시설의 에너지 생산 설비용량도 현 정부 임기까지 약 2배 규모로 확충하는 계획을 담은 ‘바이오·물 에너지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비해 수열에너지 생산과 활용에 대한 경남도의 계획은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그 움직임이 미미하다. 비록 경상남도 기후위기 대응 조례가 포괄적인 에너지 전환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향후 수열에너지 연구와 개발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다루는 자치법규의 제정도 기대해본다. 다양한 에너지 전환 모델의 개발·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경상남도의회 소속 의원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오승환 K-water 부울경지역협력본부장
오승환 K-water 부울경지역협력본부장

비용 지원·공감대 확산 중요
도내 적용대상 다양하게 발굴

◇오승환 K-water 부울경지역협력본부장

K-water 부산울산경남 지역협력본부는 물을 활용한 ESG 경영 실현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환경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열에너지 도입 및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수열에너지는 경남도내에 도입된 사례가 없고, 초기 단계이나 공공기관 건물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수열에너지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홍보해 적용대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수열에너지는 아직도 생소한 분야이므로 도입 시 비용 지원과 더불어 공공건물 등의 확대적용을 통해 수열에너지가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인식 확대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창원 신방초등학교는 환경부 수열에너지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올해 설계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실제로 수열에너지를 통한 냉난방을 개시한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초등학교에 수열에너지를 도입한다는 것은 수열에너지 시스템이 그만큼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뛰어난 방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K-water는 댐 주변지역 등에 생태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수열에너지 도입을 검토해 공공건물 외에 다양한 시설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지원 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수열에너지는 인근에 수도관로나 하천 등 가용한 수원이 있는 경우 도입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도내에 가능한 수열에너지 적용 대상들을 다양하게 발굴하겠다. 더불어 2024년까지 계획돼 있는 수열에너지 보급·지원 시범사업의 성공적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본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통해 수열에너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탄소 감축·에너지 자립에 큰몫
정부, 재생에너지 확대 관심을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박종권

수열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생소한 재생에너지이지만 미국,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활용되고 있는 재생에너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수열에너지를 개발해 운용 중인 수자원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수열에너지는 에너지 절감과 탄소 감축은 물론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환경부에서 수열에너지의 탄소 감축 효과를 확인하고 강원 수열 클러스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홍수통제소 등 공공시설에 수열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 에코델타시티에도 수열에너지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는 원전 산업 육성과 수소경제에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수열에너지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마산 인공섬의 에너지자립섬 건설을 계속 요구해 왔다. 태양광, 풍력뿐 아니라 수열에너지도 에너지 자립에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공섬에는 에너지 과소비 업종이 들어서지 않기 때문에 경남도와 창원시의 의지만 있다면 현재 개발된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 2050 탄소중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5년, 7년 후의 탄소 감축이 중요하다. 지구 평균온도 1.5도가 상승하는 데 불과 7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1.5도가 상승하면 농사가 어려워진다. 지난해부터 인도, 러시아를 비롯한 14개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식량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후위기의 징후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기대한다.



올해 설계 거쳐 내년 수열시스템 공사 진행
신관 6학년 교실·동아리실 등 냉난방 제공
학생들 “친환경 에너지 쓰는 교실 기대돼요”

■ 전국 유일 수열 냉난방 시범학교 창원 신방초등학교

“우리 학교는 내년에 물에서 나온 에너지로 시원해진대요!”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있는 신방초등학교는 지난 4월 정부가 수열 냉난방 전국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9곳 중 유일한 학교였다.

올해 설계를 거쳐 내년에 지하관로와 학교를 잇는 수열 냉난방 시스템 공사를 진행해 6학년 교실과 동아리실 등이 있는 신관(후관)에 냉난방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국 시범사업 가운데 발전 단위도 가장 적은 곳, 굳이 왜 이곳에 시범사업을 할까? 답은 학교의 특성에 있다.

신방초는 지난해부터 교육부 ‘탄소 중립 중점학교’로 환경 교육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태양광 시설과 빗물저금통이 있고, 탄소 흡수를 위해 교실 숲과 학교 텃밭을 가꾸는 학교, 프로젝트 학습을 통한 환경교육도 철저한 학교다 보니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일상에서 아이스팩 수거, 이면지·다회용기 쓰기 등 환경보전을 위한 습관이 자연스레 배였다. 학생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고 스스로 실천하려는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창원 신방초 이창훈 탄소중립 중점학교 담당교사는 “수열에너지 냉난방 시스템이 도입되면 학교 차원에서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고 학교 안에 친환경에너지 설비가 설치되는 만큼 직접 가볼 수도 있어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며 “학생들이 수열에너지의 원리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만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수열로부터 나왔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신방초 학생들도 내년께 교실에 설치될 새로운 친환경 냉난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방초 탄소중립 동아리 ‘MAKER22’ 주시은(5학년) 학생은 “탄소가 지구의 대기층에 뜨거운 열기를 가둬 지구온난화를 빨리 진행시킨다고 배웠는데, 수열에너지 쓰면 탄소를 조금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며 “친환경 에너지를 쓰는 교실에서 수업하면 더 학교가 자랑스럽고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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