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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소나기 캠페인 2022] (7) 21년간 후원 이어온 황병득씨

“21년 전 금연 후 매달 담뱃값 모아 아이들에 희망 선물”

기사입력 : 2022-07-12 08:11:46

경남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경남지역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소·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소나기 캠페인의 일곱 번째 순서로 21년 동안 후원을 이어온 황병득(62) 씨를 만났다.

황씨의 후원은 ‘변화의 시작’과 함께 했다. 2001년, 황씨가 운영하는 사업체를 지금의 창원 팔룡동으로 옮긴 뒤 ‘새로운 마음’을 위해 금연을 결심했다. 당시 황씨가 달마다 지출했던 담뱃값 몇 만원. 그는 의미가 있는 일에 이 돈을 사용한다면 금연 또한 성공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후원을 결정했다. 이후 황씨는 21년간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리고 담뱃값을 대신한 624만원의 후원금이 희망을 찾는 아이들에게 쓰였다.

21년간 후원을 이어온 황병득씨가 창원 팔룡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업체인 티에스테크에서 활짝 웃고 있다.
21년간 후원을 이어온 황병득씨가 창원 팔룡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업체인 티에스테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어린이들 더 행복한 추억 쌓아갔으면= 황씨가 후원을 결심하기 이전, 그의 사업체에 날아오는 수많은 후원 지로 중에서 어린이재단을 택한 것은 그가 어린이들에게 가진 각별한 애정 때문이었다.

경북 청송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유복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쌀겨로 퍽퍽한 떡을 해 먹고 나무껍질을 다듬어 간식으로 먹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교사가 꿈이었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꿈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 생업에 뛰어들었다.

“많은 것을 일군 지금에야 그 길이 마냥 고행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힘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즐거운 추억을 쌓고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노력해야죠.”

어린이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황씨는 어린이재단의 외에도 창원시에서 추진했던 ‘1사 1교’를 통해 연결된 한 초등학교에 10년 넘게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어린이를 위한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2001년 창원으로 사업체 옮긴 뒤 금연 결심
매달 나가던 담뱃값 대신해 624만원 후원

‘1사 1교’ 맺은 초등학교에 장학금 기탁 등
어린이들의 ‘키다리 아저씨’로 나눔 앞장

나눔 아동들이 보내온 사진 속 환한 웃음
오랜 기간 후원 이어갈 수 있게 한 원동력

“코로나에 힘들지만 힘닿는 데까지 후원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겐 큰 기쁨 될 테니”

◇내 작은 나눔이 큰 행복으로 돌아가길= 황씨가 후원을 이어간 21년, 6명의 아이들이 그의 나눔을 받고 성인이 되거나 부모의 곁으로 돌아갔다. 현재는 갓 초등학교를 올라온 아이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이까지, 2명과 연결돼 있다. 21년간 아이들이 보내온 흔적은 고스란히 그의 집에 보관돼 있다. 사진 속에서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이 황씨의 나눔을 오랜 기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

황씨에게 나눔이란 ‘나비효과’다. 그는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이 된다면 퍼지고 퍼져 누군가에게 큰 행복으로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날갯짓’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 그렇기에 그는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늘 후원을 권유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하게 된 계기도 ‘나눔 전파’다. 황씨는 나눔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얘기한다.

“계기는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담배를 끊는 김에, 커피를 줄이는 김에, 손자가 태어나는 날을 기념해서든 무엇이든 시작한다면 그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될 거예요.”

◇힘닿을 때까지 꾸준한 나눔 이어간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여느 사업체와 다름없이 황씨의 사업체도 상황이 나빠졌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는 오히려 후원금을 늘렸다.

“이전부터 아내가 후원금을 늘리자고도 했고, 코로나로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람은 더 힘들거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얘기한 황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후원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린이재단에서 실시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젊은 시절에는 일일호프나 일일찻집, 연탄봉사 등 몸으로 나눔활동을 해왔었는데 요즘엔 사실 나눔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행동에 나서지 못했어요. 앞으로는 아이들을 마주하고 돕는 나눔도 실천하고 싶어요.”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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