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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장기화

점거농성… 피해 급증… 노노갈등… 해결책은?

기사입력 : 2022-07-13 21:36:51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 이후 40일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부터는 하청지회 소속 노동자 6명이 진수를 앞둔 초대형 원유 운반선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높이 15m인 선박 내부 난간에 올라 농성 중이다.

또,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부장은 탱크탑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에 스스로 들어가 출입구를 용접한 상태로 농성 중이다. 철제 구조물 위에는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라고 쓴 피켓이 붙어 있다. 그는 철 구조물 안에서 하루 두 끼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으며 기저귀를 차고 용변을 보며 버티고 있다.

유최안 부지부장은 “협력사와 2년 가까이 교섭을 진행했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도 불법 폭력 파업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최후의 선택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도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도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청업체 점거농성 왜

임금 등 소속사와 협상 진척 없어
원청과 교섭 요구 지난달 2일 파업
“하청노동자 다단계 하청구조 속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


◇하청지회 도크 점거 농성 왜?= 하청지회는 지난해부터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상근 요구 등을 요구하며 소속사와 개별 교섭을 벌여 왔다. 그러나 하청업체와의 교섭이 별다른 진전이 없자 원청과의 교섭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하청지회는 2015년 이후 조선업 침체기 동안 삭감된 ‘임금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임금 협상도 협력사별이 아닌 집단교섭으로 진행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김춘택 거통고하청지회 사무장은 “조선업 인력난이 심각한데, 해결 방법은 임금 인상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조선업은 호황을 맞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들은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며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임금이 줄어 20~30년 연차의 숙련된 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협력사 대표단은 임금 30% 인상이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비현실적인 협상안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표단에 속한 한 협력사 대표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조선기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난 등으로 지난해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지속하는 적자 속에서도 지난해 연말부터 살아나려는 조선 시황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는데, 하청지회 일부 조합원이 정상적인 생산을 방해하는 불법 행위로 수년 만에 찾아온 조선 호황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파업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노동자와 대화하고 있다./풀기자단/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파업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노동자와 대화하고 있다./풀기자단/

대우조선 수천억원 피해

점거 인해 원유운반선 진수 멈춰
건조 중 선박 4척 인도 무기한 연기
공정 차질로 건조 선박 인도도 지연
매출 감소 등 지난달 2800억 손실


◇대우조선해양 수천억원 피해 호소= 하청지회의 점거농성으로 원유운반선 진수 작업이 멈췄다. 1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은 모두 4척으로 인도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또, 1도크 진수가 막히면서 이어져야 할 전체 공정이 단계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2도크와 플로팅 도크에서 건조한 선박 인도가 4주 지연된 상태이며, 안벽에 계류된 일부 선박들도 1~3주 인도가 지연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지회의 점거 농성에 따른 진수 지연으로 하루 260억원의 매출 감소와 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6월 말 기준 손실이 28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인도 일정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지체보상금까지 감안하면 공정 지연에 따른 피해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게 대우조선해양 측의 설명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진수 작업이 중단된 사례는 대우조선 창립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노갈등으로 비화

대우조선지회-하청지회 충돌
소화기 뿌리고 몸싸움도 벌여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생존권 위협
하청지회 도크서 철수하라” 요구


◇노노갈등으로 비화=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지회와 하청지회 간 충돌이 발생, 소화기를 뿌리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노노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대우조선 전 구성원의 공멸을 막기 위해 하청지회 도크 투쟁 철수를 결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하청지회 투쟁 장기화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당장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생존권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만큼 도크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지회는 “거통고하청지회와 가진 면담에서 1도크 진수를 막는 투쟁은 더는 대우조선 전체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투쟁이 될 것이고 하청지회와 대우조선지회가 공멸하는 투쟁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방문 차량을 향해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방문 차량을 향해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치권 발길 잇따라

민주당, 노사 양측과 간담회 진행
거제 서일준 의원, 파업 중단 호소
정의당 비대위원장·국회의원
진보당 상임대표 등도 현장 방문


◇정치권 발길 잇따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파업 현장을 찾는 정치권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2일 대우조선을 찾아 농성 중인 조합원과 면담하고 노사 양측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진성준 의원은 철 구조물 안에 스스로 갖혀 있는 유최안 부지부장과 대화하면서 “이렇게까지 해야만 노동자의 생존권이 주장되고 보장되는 것이냐”고 안타까워하며 “몸을 망치고 건강을 상하게 하는 방식의 투쟁은 접어도 된다”고 말했다.

강민정 의원은 농성 현장에서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진다는 게 국민 전체가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며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여당과 정부에 얘기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오늘을 계기로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이들 의원은 추후 국회 차원에서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문제와 하청노동자 저임금 구조 문제 등을 해결하는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를 지역구로 하는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도 전날 대우조선을 찾아 하청 노조에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서 의원은 “열악한 상황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당장 시급한 문제는 장기간 노숙에 따른 건강 악화”라며 “파업을 풀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서 의원은 상생을 위해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노조의 요구 조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협상 테이블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에서는 지난 2일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강은미, 류호정, 장혜영 국회의원이 파업 현장을 찾았으며 지난 8일에는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대우조선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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