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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책] 인류본사

‘중양’의 눈으로 다시 읽는 세계사

동·서양사 외 변방사 등 잘못된 인식 지적

기사입력 : 2022-07-22 08:02:19

오늘날 우리는 ‘역사’를 관성적으로 구분해 ‘서양사’와 ‘동양사’로 나눈다.

‘서양사’는 그리스~로마에서 출발해 중세~대항해시대~르네상스~종교개혁을 거쳐 산업혁명과 근대 문명으로 귀결되면서 ‘세계사’라는 이름을 독점했고, 동서양의 균형을 내세우며 인위적으로 육성된 ‘동양사’는 중국사 일변도였다. 나머지 세상은 지역사, 변방사, 비주류 역사로 치부됐으며, 서양사와 동양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엄격히 분리된 채 이어져 오다 근대에 이르러서야 ‘서양이 동양을 개화시키며’ 융합되었다는 식으로 언급되곤 했다.

인류본사 저자 이희수 출판 휴머니스트, 704쪽 가격 3만9000원

하지만 이는 잘못된 역사인식이다. 서양의 문명과 문물은 서양에서 기원하지 않았고, 동서양은 인류사의 모든 순간을 통틀어 교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지구는 동전처럼 평평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서양과 동양을 촘촘히 이어준 ‘중간문명’이, 더 거슬러 올라가 ‘인류문명’이라는 것 자체를 탄생시킨 ‘중심문명’이 분명하게 존재해왔다. 그저 틀에 박힌 동서양 이분법에 의해 외면되었을 뿐이다. 문명의 본향은 바로 ‘오리엔트-중동’이었다.

‘인류 본사’는 오리엔트-중동 지역을 바탕으로 인류사를 다시 쓴다. 이러한 역사 읽기 시도가 새로워 보이고 ‘본사(本史)’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실상 잃어버린 역사의 제자리를 되찾는 일이다.

‘해가 뜨는 곳’이란 의미의 라틴어 ‘오리엔스(Oriens)’에서 유래한 ‘오리엔트(Orient)’는 오늘날 터키 공화국의 영토인 아나톨리아반도를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문명을 발아시킨 역사의 본토였다.

2014년 발굴된 터키 남동부의 괴베클리 테페 신전. 1만2000여년 전에 세워진 이 신전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휴머니스트/
2014년 발굴된 터키 남동부의 괴베클리 테페 신전. 1만2000여년 전에 세워진 이 신전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휴머니스트/

중동(中東)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기반으로 신화·문자·정치·기술 등 인간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온갖 문물을 창조해낸 문명의 요람이었다.

나아가 오리엔트-중동은 인간사회가 등장하고부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만2000년 동안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온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중심지였고, 6400㎞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따라 동양과 서양의 정치·경제·문화를 이어주며 교류 발전을 주도한 문명의 핵심 기지였다.

따라서 오리엔트-중동을 모른 채 문명사를 논하는 것은 곧 문명 없이 문명사를 외치는 아이러니와 다름없다. ‘중양(中洋)’의 눈으로 역사를 다시 읽는 것이야말로 인류문명의 완전판을 탐독하는 획기적 사건이며, 동서양 이분법이 유발한 역사 왜곡과 인식 단절을 뛰어넘어 잃어버린 인류문명의 뿌리를 되찾는 위대한 첫걸음이다.

‘인류 본사’는 아나톨리아반도와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아대륙,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까지 아우르며 이 일대에서 일어나고 스러졌던 15개 제국과 왕국의 역사를 통해 오리엔트-중동 세계의 1만2000년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복원해냈다.

수많은 제국의 역사 일면을 훑는 수준을 넘어, 각 나라만의 정치적 맥락 안에서 구성된 거버넌스, 세계의 지정학적 판도를 뒤바꾼 주요 전쟁과 전투, 통치 이념의 밑바닥이자 제국 신민들의 삶의 지표로 자리 잡았던 다양한 종교들, 지금까지도 계승되어 오는 예술·건축·생활 문화까지 문명사를 심도 있게 해석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역사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저자 이희수, 출판 휴머니스트, 704쪽, 가격 3만9000원

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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