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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우영우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첫걸음 뗐다

지난 29일 문화재청 지정조사

문화재위 심의 등 절차 진행 예상

기사입력 : 2022-07-31 21:19:14

“500년이 넘은 오래된 자연유산을 지켜 오신 이 고장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영우 팽나무’로 알려진 창원시 동부마을 팽나무가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가는 첫걸음을 뗐다.

문화재청은 지난 29일 오후 1시 30분께부터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을 받은 팽나무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조사를 실시했다.

천연기념물 지정 요청은 개인이나 지자체 단위에서도 가능하지만, 이번 조사는 문화재청이 직접 나서는 직권 조사로 실시된 것이다. 자연유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문화재청의 정책적 변화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노거수의 보호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이원호 연구관은 “드라마에 팽나무가 등장하며 천연기념물 가치와 효과 등이 소개되면서 지정 조사를 검토하게 됐다”며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다고 무조건 조사에 착수한 것도 아니며, 사전에 자료를 수집해 검토한 결과 지정 기준에도 부합하고 가치가 있다고 여겨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전영우 문화재청 전체 위원장 겸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과 분과 위원들이 지난 29일 창원시 의창구 동부마을 팽나무 앞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는 지정조사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전영우 문화재청 전체 위원장 겸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과 분과 위원들이 지난 29일 창원시 의창구 동부마을 팽나무 앞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는 지정조사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동부마을 팽나무는 현재 국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2건의 팽나무인 ‘예천 금남리 황목근(천연기념물 제400호)’, ‘고창 수동리 팽나무(천연기념물 제494호)’와 비교했을 때도 크기와 나이에 뒤지지 않고, 우리 민족의 고유 생활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 역사적 가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마을 팽나무 가치를 알려온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갈색으로 변한 팽나무 잎과 노랗게 변색돼 떨어진 잎들을 가리키며 보호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찾으면서 주변에 있던 풀을 다 베어버려 수분이 부족하고, 많은 사람들이 흙을 밟아 뿌리 주변 흙이 딱딱해지면서 뿌리로의 수분 흡수가 힘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잎이 다 떨어진 마른 가지도 생기고 있는 만큼 적절하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 문화재위원들은 이날 마을회관서 주민들과 회의를 갖고 오후 2시께 팽나무를 찾았다. 윤종한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로부터 봉분의 위치 등을 들으며 팽나무에 다다른 전영우 문화재위원장은 “500년이 된 오래된 자연유산을 지켜 오신 이 고장 분들의 공적에 감사를 표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으신 걸 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우리들이 세세하게 못 본 부분을 챙겨준 드라마 작가님께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식물분야 전문인 이유미 위원은 “국가적인 문화재로 가는 과정인 것 같다”며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경관적으로나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열심히 살펴보고 가겠다”고 밝혔으며 전통조경 분야 전문인 신현실 위원은 “자연유산으로의 가치가 충분한지 철저하기 조사하고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하루에 수백 명이 찾는 관광지에 살게 된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을 배려하며 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를 반겼지만 관광객 증가에 따른 걱정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동부부녀회 이명화(54) 한여농 대산면협의회장은 “창원시 보호수로만 지정돼 있었는데 천연기념물이 되면 보다 체계적으로 나무를 보호할 것 같아 반갑다”며 “많은 분들이 찾으실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으며 동부부녀회 도경애(60) 회장은 “우리 동네에 여러 분들이 찾아주시는 경사다”며 “좋은 면만 있기 힘드니 불편한 것도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이번 조사 후 문화재위원들이 지정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월 1회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에 올리게 된다. 14명 문화재 위원 중 과반이 찬성하면 관보에 한 달간 예고한 후 지정 심의를 재차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 두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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