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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넘치는 교육재정, 부족한 도리(道理)- 노치환(경남도의원)

기사입력 : 2022-08-04 20:29:42

지난 7월 26일 경남도의회는 제37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7조6035억원에 달하는 경남교육청 추경 예산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는 올해 교육청 당초 예산보다 1조5540억원이 증액된 금액이다. 그런데 추경에 즈음해, 국내외 정세 변화와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연일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한 식품비용 증가는 학생들의 먹거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명약관화다. 때문에 도교육청이 얼마나 기민하게 학생들의 먹거리 문제에 반응하고 있는지, 1조5540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해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청은 추경 예산에서 급식비 중 식품비로 ‘친환경 쌀 지원’에 2억6300여만원을 편성했다. 경남도와 각 시·군 분담금을 제외한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부담한 액수가 그게 전부라는 말이다. 식품비와 관련된 또 다른 항목인 ‘우수식재료 지원’ 명목으로 편성한 3억4400만원 또한 창녕군, 함양군, 합천군 등 기초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금액이다.

이번 추경에서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성하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7103억원으로, 기조성액 3530억원을 더하면 1조가 넘는다. 그렇다면 교육지원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경남도의 재정상황을 살펴보자. 2020년 결산기준 경남도의 부채는 1조726억원이다. 달리 말해 경남교육청은 1조가 넘는 돈을 적립한 반면, 경남도는 1조가 넘는 돈을 빚을 내가며 교육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두 기관의 재정 불균형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2022년 본예산을 다룬 도의회 예산결산특위에서도 불거졌다. “경남도는 수천억원 빚을 내야 하는데, 교육청 통합재정안정화 기금에서 빌려 쓰자”는 농담 반 진담 반 발언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러 번 나왔다.

제379회 임시회 기간 중 열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도 급격한 먹거리 물가 급등에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청의 대답은 ‘기름 가격 인상으로 기름에 튀기는 메뉴를 오븐에 굽다 보니 맛이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무상급식 운영비에서 튀김 기름 등은 구입할 여유가 있을 것이다’는 게 전부였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11일 열린 교육청 간부회의에서 급식의 품질 저하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끝내 식품비는 도, 시·군과 함께 분담해야 한다며 경남도와 시·군의 협조를 강조했다.

지방선거 이전 1578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미래교육’을 지향하며 스마트 단말기기 보급을 결정한 교육감이 선거가 끝나자 무엇보다 시급한 급식 품질 확보와 밥상머리 교육에는 천하태평이다. 1조가 넘는 재정을 쌓아 두고도 학생들의 먹거리에 쓰이는 예산은 경남도와 시·군에 손을 벌리겠다는 교육감의 심보는 ‘고약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식재료비의 급등은 재해에 준할 정도로 심각하다. 546억원에 달하는 예비비에서 식품비 일부라도 당장 지출하기 어렵다면 추경 심사를 거치며 삭감된 37억2000만원의 내부유보금이라도 식품비로 편성하는 것이 경남의 교육을 책임진 수장으로서 맡은 바 도리일 것이다.

노치환(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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