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신 맹모삼천지교-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기사입력 : 2022-08-04 20:34:42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 교육에 대한 어머니들의 열성은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중국 전국시대 유학자인 맹자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전설적인 맹모삼천지교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맹자가 어릴 때 공동묘지가 있는 곳에 살았는데 매일 상여를 메거나 곡하는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시장으로 이사를 갔더니 물건 사고파는 놀이만 하기에 서당 옆으로 옮겼더니 글을 읽고 예절에 맞게 놀아 큰 인물이 됐다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이나 이사를 하며 교육에 열을 올렸던 것은 사는 곳의 환경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것도 달라지면서 삶의 행동이나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맹자 어머니의 세상을 꿰뚫는 생각은 2300여년이나 지난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많은 어머니들에게 전수돼 유명 학군을 찾아 이사를 가거나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며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엄청난 교육열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목할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미국의 25~44세 페이스북 계정 7220만 개와 이들의 친구 관계 210억 건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동네에서 자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인이 됐을 때 약 20%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계층 사다리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계층이동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맹자어머니처럼 세 번이나 이사를 다니는 열성을 보이지 않더라도 못 살아도 잘 사는 집 아이들과 관계를 잘 하면 계층이동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 골자다. 계층 세습이 고착화되고, 기회의 공정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다. 물려줄 것도 없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잘 사는 집 친구나 사귀어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