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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정활동 성실성, 공천 기준과는 상관없나

기사입력 : 2022-08-07 20:46:43

광역과 기초의원 등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가늠하는 지표가 조례 발의 건수다. 그런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활동한 경남도의원과 시군의원 중 연평균 조례 발의 건수가 1건도 되지 않는 의원이 115명이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 중 30명이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19명이나 당선됐다는 것이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14명, 더불어민주당 4명, 무소속 1명이다. 이같이 조례 발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의원이 다시 당선됐다는 것은 의정활동이 정당 공천과 당선의 잣대가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지방자치법상 조례 발의는 집행부인 도와 시군, 입법기관인 지방의회 의원만 할 수 있다. 조례 제정이나 개정은 관계 법령을 검토해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인데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조례 발의 건수는 지방의원의 성적표와 같다. 조례 발의가 적다고 해서 의정활동을 소홀히 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4년 임기 동안 연평균 1건 미만의 저조한 입법 실적을 보였다는 것은 입법기관으로서 주어진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단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은 것은 지방의원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재당선된 의원 중 7명은 임기 동안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았다니 이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4년 간 한 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을 다시 뽑아준 유권자도 문제가 있지만 이들을 공천한 정당도 비판을 받을 일이다. 의원의 입법 활동이 공천의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다는 점에서다. 경북과 경남 등 상대적으로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에서 조례 발의가 적은 의원의 재공천이 많은 이유는 공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있다. 정당 공천에서 의원의 입법 활동이 무시되면 역량이 부족한 자가 지방의원에 당선돼 지방의회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이 불성실해도 다시 지방의원으로 뽑아준 것은 의정활동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다. 지역 주민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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