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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닮은 일상, 시편에 품다

성선경 시인, 열세 번째 시집 ‘햇빛거울장난’ 출간

일상을 바라보는 자연스러운 시선들 시로 풀어내

기사입력 : 2022-08-09 08:04:38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듯 누군가에게 ‘쓴다는 일’은 고통으로 다가온다. 반대로 예외인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중 한 명이 성선경(사진) 시인은 아닐까. “시를 쓰는 일, 저에게는 그게 즐거움이에요. 참 행복하구요”라고 미소지으며 말하는 그가 열세 번째 시집 ‘햇빛거울장난’을 펴냈다.


성선경 시집 '햇빛거울장난'
성선경 시집 '햇빛거울장난'

샛노란 햇빛 가득 머금은 듯한 시집. 시인은 햇빛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여러 시편 중 제일 경쾌한 느낌을 골라 이번 시집의 제목으로 선택했다.

“이제는 어깨에 힘주지 말고 순진무구 천진난만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 또 ‘장난’이라는 말이 참 좋아서 넣었어요.”

거울에 햇빛이 닿아 이리저리 번쩍이듯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시집 곳곳에서 느껴진다. 꾸미거나 의도적으로 비틀지 않아 편안하게 다가오는 시편들이다.

“30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누적됐던 피로감이 퇴임 후 7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싹 빠진 거죠. 주말 동안 쉰다고 월요일에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에요. 예전에는 직업적인 습성이랄까요, 이런 것들에 조금 얽매여 있었다면 아무래도 이전에 비해 시도 좀 자유스러워졌어요.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거나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제 삶도, 시도 즐기는 거죠.”

시인의 삶으로부터 자연스러움이 나오고, 심심한 일상도 그의 시선이 닿아 새뜻한 시로 피어난다.

야옹거리며 내가 네게로 가는 마음 그냥, 목욕탕이 쉬는 수요일 같은 그냥, 왜냐고 묻지 않는 그냥, 아무에게나 내 속을 털어놓고 싶은 그냥, 한시도 내게서 떨어져 나가 본 적 없는 그냥, 밥 한 그릇을 잘 비운 것 같은 그냥, 우리네 삶의 종착지 같은 그냥, 길고양이 같은 그냥, 그냥 그렇게 산다 싶은 그냥, 불쑥 오늘 너에게 또 건넨다! 그냥. -‘그냥’ 일부

손택수 시인은 추천사에서 “시인은 시가 오는 몰입의 절정감을 누릴 때조차 일상을 저버리지 않는다”며 “소리와 뜻과 명징한 이미지가 트라이앵글처럼 합일적 복합체를 이루어 공명하는 시편들에서도 느껴지는 긴장은 시를 간섭하는 일상의 자잘한 소음들에 대한 경청의 자세로부터 오는 것이다”고 전했다.

창녕 출생인 성선경 시인은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봄, 풋가지행’, 시조집 ‘장수하늘소’,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 등을 펴냈으며 고산문학대상, 산해원문학상, 경남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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