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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영화 ‘한산’에서 찾는 21세기 리더십 -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기사입력 : 2022-08-16 21:35:17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듯 급변한다. 3개월 전 취임한 대통령의 인사와 교육정책 등에 대한 민심의 저항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국제적으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 격화로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긴장시켰다. 기후변화의 영향도 체감 차원을 넘었다. 혼란스러운 환경변화와 기후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리더십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영화는 430년을 거슬러 올라가 임진왜란을 조명한다. 1592년 당시 ‘조선’은 왜적의 침략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왜적들은 조선과 명을 침략하기 위해 부산에 상륙한 이후 북진했다. 임금 선조는 한양을 떠나 평양을 거쳐 다시 의주로 향했다. 왜적들은 군수품 공급로인 남해와 곡창지대인 호남 일대를 노렸다. 바다의 길목을 지킨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국가의 명운이 달린 것. 충무공은 실낱같은 기대에 부응했다. 아니 육지에서 기대하기 힘든 승전보를 올렸고, 이에 힘입어 육전의 반격과 승리를 가져왔다. 명량대첩과 한산대첩, 그리고 전사하면서 승전을 이끈 노량대첩 등 충무공이 해전에서 거둔 승전보는 왜적을 물리치는 바탕이 됐다. 충무공의 리더십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첫째는 전문가 리더십이다. 충무공의 해전 성과는 무기와 바다, 기상에 대한 관찰과 분석 등 당시로는 매우 과학적인 방법을 채택한 결과다. 전쟁에 대비해 무기를 손질하고, 포의 위력을 키웠다. 거북선과 판옥선은 근접전에서 학익진을 펼쳐 왜선을 격퇴하기 쉽도록 튼튼하고, 선회하기 쉽게 만들었고, 화력을 강화했다. 바다의 조류와 기상, 주변 섬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 전함에 적합한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전투를 수행했다. 이처럼 전문성을 바탕으로 준비했기에 한산도 해전의 승리를 가져왔다. 전문성 리더십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하다. 실패를 줄이고 성과를 늘리는 첫걸음은 국정 운영에서 검증된 전문가 중심으로 분야별 책임자를 임명하는 것이다.

둘째는 소통 리더십이다. 충무공은 내부적으로 부하 간부와 병사, 그리고 주민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소통의 핵심은 경청이다. 주의를 기울여서 많이 들어야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알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한산’의 충무공은 많은 말 대신 꼭 필요한 절제된 표현을 보여준다. 경청하는 장군에 대해 간부와 병사, 주민이 충성스러운 전투와 아낌없는 물자 지원으로 보답하는 것은 덤이다. 해전에서 진격과 후퇴, 그리고 학익진과 같은 진법의 운용에서 깃발을 활용한 통신은 매우 중요하다. 전투에 앞서 적의 위치와 병력 규모의 파악 여부도 승패를 가름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전백승으로 이끄는 손자병법의 소통 전략이다. 소통 리더십은 오늘날 국가와 기업 운영을 비롯해 가정의 행복과 개인의 발전 등 폭넓은 영역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셋째는 서번트 리더십이다. 충무공은 자신을 낮추고 모두를 높였다. 평시에는 주민의 생활이 풍족해지도록 노력했고, 전시에는 병사들의 안위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충무공의 눈부신 전과(戰果)를 시샘한 정적과 거짓 투항한 왜병의 간교한 이간책과 속임수에 따르지 않았기에 관직을 박탈당하고 감옥에 갇혔다. 하지만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장군이 아니라 일개 병졸로서 전투에 임하는 등 백의종군(白衣從軍)했다. 겸손한 자세의 서번트 리더십은 오만과 자만에서 나오는 실수와 실패를 줄인다. 주위의 약한 이들을 보살피기에 그들의 존경과 도움이 뒤따르고, 마침내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전보를 전해준다. 오늘날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가정과 개인 차원에서 급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을 대처하는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충무공의 리더십인 전문성, 소통, 서번트 정신을 읽는다.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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