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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묻힌 ‘대한인’은 독립 열사였다

묘비로 본 하와이 이민 1세 재조명 ‘잊혀진 이야기 역사가 되다’ 특별전

기사입력 : 2022-08-18 19:35:07

‘하와이 이민’은 정부가 인정한 최초의 이민이다. 1902년부터 3년간 64차례에 걸쳐 7415명의 한국인이 하와이로 향했다. 국운이 기운 국가가 펼친 이민 정책을 오로지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응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가에 의해 타지로 내몰렸음에도 일제 침탈을 당한 국가를 외면하지 않았다. 사탕수수농장 노동자로 일하며 하루 1달러에 못 미치는 임금을 십시일반 모아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에 의연금(지원금)을 내며 독립운동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창원대학교 박물관과 사회과학연구소 지역미래링크센터가 진행한 ‘일제강점기 미국 하와이 한인 이주 및 독립운동 자료수집과 현지조사’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지난 11일부터는 창원대 박물관에서 ‘잊혀진 이야기 역사가 되다 - 하와이 이민 1세의 묘비로 본 삶의 궤적’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02~1905년 64차례 7415명 이민
사탕수수 농장서 일하고 받은 임금
십시일반 모아 안중근 의사 지원
비석에 ‘대한인’ 새겨 정체성 지켜

창원대 박물관, 현지 묘비 155기중
경상도 등 고향 명시자 94명 확인
주요 30여기 탁본해 11월까지 전시
“하와이 무명 독립운동가 관심 절실”

18일 오후 창원대 박물관을 찾은 한 시민이 ‘잊혀진 이야기 역사가 되다 - 하와이 이민 1세의 묘비로 본 삶의 궤적’ 특별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8일 오후 창원대 박물관을 찾은 한 시민이 ‘잊혀진 이야기 역사가 되다 - 하와이 이민 1세의 묘비로 본 삶의 궤적’ 특별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하와이 이민자 묘비 155개 확인…30여점 탁본 전시= 창원대는 지난 2019년부터 조사단을 구성해 하와이 현장에서 이민자 묘비를 찾고 탁본 및 신원 파악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빅아일랜드 힐로 알라에 공동묘지에서 136기, 코나 이민센터 호롤로아 커피농장에서 10기, 캡틴쿡 6기, 코할라 침례교회 3기 등 155기의 묘비(부부 합장 묘비 포함)에서 157명의 이민자를 파악했다. 묘비에는 고향, 종교, 직업, 나이, 가족 사항 등이 담겨 있었으며, 특히 대한인(大韓人), 조선인(朝鮮人) 등 빼앗긴 조국의 국명이 비석 전면에 새겨져 있어, 이민자들이 조국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고향이 명시된 이민자는 총 94명으로 경상도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평안도 19명, 경성부(서울) 15명, 경기도 13명, 황해도 12명, 함경도 5명, 충청·전라도 4명, 강원도·하와이 1명 등 순이었다.

창원대 박물관 전시실에는 이들 중 특별한 의미가 있는 30여점 묘비의 탁본이 전시돼 있다. 전시품 중에는 경남 출신 이민자들의 탁본도 다수 전시 중이다. 경남 길예군(현 김해) 출신으로 26살이던 1904년 하와이에 입도했다가 1952년 74세의 나이로 사망한 윤태원 씨, 경남 웅천군(현 진해) 출신으로 38세이던 1904년 하와이에 와 1939년 73세의 나이로 숨진 주자문씨 등이 있다.

창원대 조사단이 하와이를 방문해 한인 이민자 묘비의 탁본을 뜨고 있다./창원대 박물관/
창원대 조사단이 하와이를 방문해 한인 이민자 묘비의 탁본을 뜨고 있다./창원대 박물관/

◇타국에서 독립 도운 무명의 독립운동가들= 창원대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하와이 이민자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한 흔적도 확인했다.

1911년 8월 하와이 호놀롤루 신한국보사가 출판한 ‘대동위인 안중근전’에는 1909년 12월부터 4개월간 안중근 의사의 재판 변호사 비용 등을 조달하기 위한 의연금 모금 결과와 납부자 명부가 적혀 있다. 모금은 1595명이 0.25달러에서 최대 15달러까지 성금했으며, 총 2965달러가 모였다.

의연금 납부 명부와 이주자 묘비에서 파악된 신원을 대조한 결과, 157명 중 이주대(밀양 출신)씨 등 48명이 의연금 모금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다수 농장에서 근무하며 0.7달러의 일당을 받고 살았는데, 성금된 금액은 0.25센트에서 3달러였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중근 의사를 위해 모금에 참여한 것은 진정한 독립운동가로 칭송받을 가치가 있다”며 “하와이의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소중한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별전시회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임적선진 위장의무(대한민국 보물 269-25호)’와 ‘청초당(보물 269-15호)’이 전시됐다.

김주용 창원대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하와이 이민자들의 비석 탁본과 함께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 유묵을 함께 전시해 조국 독립에 대한 하와이 한인들과 안중근 의사의 의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1902~1905년 하와이로 향한 이민자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특별전시회는 한미수교 140주년이자 하와이 이민 120주년, 광복절 77주년을 기념해 창원대 박물관과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함께 주최했다.

전시회는 하와이 이주자의 독립활동 이외에도 하와이에 첫발을 디뎠던 남성 노동자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선을 본 후 하와이로 향했던 여성을 상징하는 ‘사진신부’의 삶도 전시돼 있다. 전시 기간은 오는 11월 30일까지며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55-213-2431.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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