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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50) 양산 통도사 삼층석탑

통도 향한 천년의 시간을 염력으로 건너온 탑

기사입력 : 2022-08-23 21:30:37


탑에 이마를 대고


천년의 시간을 염력으로 건너온 탑의 이마에

예순의 시간이 저절로 쌓인 이마를 대고

말을 기다린다


버거운 짐 지고 나르느라

제대로 누워 쉬지도 못했다고

참말로 애썼으니 이제는 부려놓아도 된다고

천년 다물었던 입 열어

여물같이 다독여줄 말을 기다린다


결기 세워 달음박질칠 일 없다고

이제는 쉬엄쉬엄 가라고

채찍 대신 안녕하게 이끌

고삐 같은 말을 기다린다


잊어버려도 좋았을 한 때의 사랑도

미련 없이 떠나고 싶던 청춘의 설움마저

고임돌 되어 튼튼해진 한 생의 탑 앞에

착한 신도가 되어

차 공양이라도 올리고 싶은

이순의 시간


천년을 윤회하는 동안

한번은 안았을 법한 인연을 수소문하면서

탑에 이마를 대고

차갑게 말을 기다린다


채찍에 굴복했던 시간에 용서 구하며

얻기보다 바치게 해달라고

다시 천년을 무너지지 않고 버티게 해줄

열린 말을 기다린다


☞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경남 양산 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중 으뜸인 불보종찰로서 나라의 큰 사찰이다. 통도사라는 절 이름은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인도(印度)와 통한다는 뜻과 금강계단을 통하여 도를 얻는다는 의미와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극락으로 이끈다는 의미에서 통도(通度)라고 하였다 한다.

이 통도사 영산전 앞에 서 있는 삼층석탑은 2층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통일신라 시대의 일반형 석탑으로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제1471호이다. 석탑의 높이는 3.9m 기단 폭은 1.8m이며, 기단은 여러 매의 장대석을 사용해 지대석을 구축한 후 올려놓았다. 탑신부는 탑신과 옥개석이 각각 1개의 부재로 조성되었다. 양식적 특징으로는 하층 기단의 각 면에 우주와 탱주를 생략하며 기단부에 안상을 조각한 점과 옥개석의 양식으로 전각의 경쾌한 반전과 낙수 홈을 든다.

통도사 삼층석탑은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며 통일신라 시대 말기인 9세기 후기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는 점에서 보물로서 지정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글= 김일태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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