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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겡남말 소꾸리] (213) 삐들키, 덩거리, 모시(모새)

기사입력 : 2022-09-16 08:00:48

△서울 : 마산회원구 경전철 아래 쉼터에 비둘기 배설물과 악취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구청 직원들이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대. 이곳은 매일 청소를 하는 데도 체육시설과 벤치 등 곳곳이 배설물로 더럽혀져 있다더라.

▲경남: 거어가 삐들키 살기에 좋은가베. ‘삐들키’는 비둘기 말하는 기다. 엣날엔 삐들키로 펭화의 상징이라 캤는데, 여어저어 똥을 싸고 하이 인자는 골칫덩거리가 돼뿠는갑네.

△서울 : 비둘기를 삐들키라고 하는구나. 교각이 둥지 역할을 하고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있어서 비둘기가 많이 사는가봐. 나도 이번에 알았는데 오래전부터 전국에서 비둘기 분변과 악취 피해가 잇따르자 환경부가 지난 2009년 비둘기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개체수 줄이기에 노력하고 있대. 그건 그렇고 ‘펭화’는 ‘평화’ 뜻이고, 골치의 뜻도 아는데, ‘덩거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경남: ‘덩거리’는 ‘덩어리’의 겡남말이다. 그라이 ‘골칫덩거리’는 포준말로 ‘골칫덩어리’를 말하는 기다. 고깃덩어리는 ‘게기덩거리’, 금덩어리는 ‘금덩거리’라 카지. 땅덩어리는 ‘땅덩거리’, 돈뭉치는 ‘돈덩거리’라 카고. 누런 호박 겉은 거도 한 덩거리, 두 덩거리 이래 칸다.

△서울 : 그러고 보니 주변에 덩거리가 많네. 비둘기 때문에 골치를 앓는 구청과 주민들이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비둘기가 똥을 사면 누가 치워야 할까’라고 적은 현수막을 달기도 했다는데 해결이 쉽지 않은 것 같아.

▲경남: 사램들이 삐들키한테 모시로 안 주모 쪼매이 더리 모일 낀데 그쟈.

△서울 : 비둘기에게 모시를 안 주다니, ‘모시’가 ‘모이’를 말하는 거야? 비둘기에게 모이를 안 주면 조금 덜 모일 거라는 말이지?

▲경남: 하모, 잘 알아듣네. ‘모시’는 모이의 겡남말인데, ‘모새’라꼬도 칸다. ‘달구새끼 모시 주갖고 달구장에 가다라’ 이래 카지.

△서울 : 닭이나 병아리를 말하는 달구새끼와 닭장 뜻의 달구장이란 말 오랜만에 듣네. 주민 쉼터가 깨끗해지고 비둘기도 골칫덩거리에서 다시 평화의 상징이 되면 좋겠는데.

허철호 기자

도움말= 김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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