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의료칼럼] 젊은 암 환자 ‘가임력 보존’이 중요

최은정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교수)

기사입력 : 2022-09-19 08:09:04

2021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대 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 발생 비율은 37.9%이며, 최근 5년간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로 증가했다. 각종 암 진단 및 치료 방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암 환자의 기대 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암에 걸리고, 치료 후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사람의 비율 또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암에 걸린다면 치료 방식은 물론 추후 삶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젊은 연령대의 암 발병률이 상승하면서 전체 환자의 15.8%가 20~40대로 보고되어 더욱이 치료 후 삶의 질 향상과 행복도 증가를 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20대의 암 발병률과 관련하여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가임력의 보존’이다. 생식능력과 가임력에 관한 부분은 환자들의 행복도 증가를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난소암이나 고환암 같은 직접적인 생식기 암 환자뿐만 아니라 가임기 이전이나 가임기에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방사선, 면역화학요법으로 인해 80%가량 가임력의 손실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 과정에서 DNA의 직접적인 변형과 세포 기관의 하나인 미토콘드라(Mitocondria) 사멸, 정소 난소의 직접적인 손상이나 혈관 손상에 의해 생식 기능이 저하되면서, 암이 완치된다고 하더라도 정자나 난자가 매우 심각하게 손상되어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암이 완치된 후 생식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기간을 예상하기 힘들고 회복이 되더라도 가임 시기가 지나 임신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녀가 없는 가임기 암환자는 암 치료 과정에서 가임력 소실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이어서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임력 보존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은 암 치료 전 가임력을 보존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는 난자와 정자와 같은 생식 세포의 직접적인 동결 방법이다. 여성의 경우 과배란을 위한 호르몬 처치 후 난자를 채취하고 보존시켜 완치 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는 미혼 여성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난자 냉동법은 난자 융해 후 생존율이 84%에 이르고 38세 이하의 임신율 역시 약 48% 정도로 매우 안정화되어 있어 가임력 보존을 위한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 훨씬 더 접근이 용이하며 절차도 간단하다. 정자는 주로 수음법으로 채취하는데 시기에 상관없이 가능하고 한 번의 채취로 수백만에서 수억까지 생식세포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한 번의 채취만으로도 충분한 동결을 할 수 있다. 해동 후 생존율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50%만 생존해도 가임력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수정란을 동결하는 방법이다.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해 배아의 형태로 동결하는 방식으로 수정란 동결-융해 기술은 생존율이 약 95% 이상이고 임신율은 35세 이하의 경우 70~80%에 이르고 있어 기술적인 면에서 매우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혼자만 시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난자, 혹은 정자의 동결보다 더욱 효과적이어서 적극 권장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방법 외에 가임력 보존을 위한 ‘치료’를 위해서는 생리주기에 맞춘 과배란 호르몬 주사를 활용한다. 난포의 성장에 따라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긴급한 수술과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과배란 없이 진행해야 하는데, 이때는 확보할 수 있는 난자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므로 담당 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최은정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교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