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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선물한 청춘"…송정 맏언니 68세 은발의 서퍼

해외여행 중 서핑 즐기는 노인보고 가슴 뛰어 입문

체력관리로 하루 8시간 서핑도…"또래 서퍼들 많아졌으면"

기사입력 : 2022-09-25 10:38:44
[촬영 손형주 기자]
[촬영 손형주 기자]
[양영숙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영숙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촬영 손형주 기자
촬영 손형주 기자
촬영 손형주 기자
촬영 손형주 기자

청춘들의 서핑 메카 부산 송정해수욕장에는 흰머리를 휘날리며 파도를 가르는 서퍼가 있다.

주인공은 양영숙(68)씨.

25일 연합뉴스와 만난 그는 20~30대들로 붐비는 라인업(바다 위 파도를 기다리는 곳)에서 '송정 맏언니'로 불린다.

수준급 실력으로 파도를 잡아서 타는 모습은 30~40살 어린 서퍼들을 놀라게 한다.

2019년도 4월 서핑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순수 동호인이다.

그는 호주를 여행하다 우연히 백발의 할머니가 파도를 가르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1남 1녀를 출가시키고 손주까지 키워낸 뒤 가슴 뛰게 만들던 서핑을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체력은 자신 있었지만,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호주에서는 서핑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스포츠지만 아직 국내 서핑은 청춘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 쉽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양씨는 20차례 넘게 송정 해수욕장을 찾아 서핑숍을 기웃거리기만 했을 뿐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자녀와 손주와 함께 서핑에 입문한 그는 그길로 서핑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서핑을 위해 하루 한 시간씩 운동으로 유연성과 코어 근력을 강화하며 기초 체력을 기르고 1년 만에 16㎏을 감량했다.

일주일에 3~4번 파도가 있는 날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송정해수욕장에 출석 도장을 찍는다.

서핑에 입문한 이후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 체력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양씨는 "지난해 파도가 너무 좋은 날 하루 8시간 30분 서핑을 즐긴 적도 있다"며 "힘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지만 서핑은 힘을 빼야 더 잘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체력관리만 하면 60~70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는 서핑이 주는 매력을 '에너지'와 '힐링'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양씨는 "이 나이에 서핑을 안 했으면 뭐를 했을까 생각해본다"며 "손주를 봐주든가 등산이나 노래 교실을 가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텐데 서핑을 하고 나서부터 인생이 에너지 넘치고 건강해지면서 특별해졌다"고 한다.

또 "파도를 타는 짜릿함도 좋지만, 서핑은 자연(바다)을 즐긴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면서 "파도가 없어 못 타도 바다 위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계절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른 매력을 주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순간 힐링이 되고 마음을 정화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처럼 서핑을 즐기는 또래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양씨는 "서핑은 아직 젊은 사람들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언젠가는 넓은 바다를 놀이터 삼아 놀 수 있는 서핑이 좀 더 대중화해 라인업에서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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