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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똘똘한 하수도- 박성혁(동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기사입력 : 2022-10-04 19:26:47

요즘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유행이다. 사람들은 좋은 아파트에 살길 원한다. 브랜드·역세권·대단지에 신축·평지·초등학교까지 갖추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이런 아파트는 그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고 자산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보통 이런 곳을 ‘똘똘한 한 채’라고 부른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 하자 보수기간이 있어서 균열, 침하, 파손, 누수 등 일정 기간 내에 발견되는 시공상의 모든 하자를 보수해준다.

부산시는 많은 예산을 들여 하수도 분류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분류화는 오수와 빗물의 흐름을 분리한다는 뜻으로, 빗물은 우수관을 통해 강과 바다에 방류하고, 오수는 오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이송시켜서 처리 후 방류하는 것이다. 하천환경을 보호하고 도시의 위생을 증진시키기 위한 하수도 분류화 공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 부산처럼 전쟁 후 오랜 기간 비정형적으로 형성된 도시 안에서의 주거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도시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산동네에 있는 주택들에 연결된 하수도를 분류식으로 정비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살고 있는 주택 밑에 매설되어 있는 하수관을 들어내어 공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에서 이러한 분류화 공사 시 고려해야 되는 점은 빗물도 내린 후에 더러워진다는 것이다. 빗물은 대기 중의 오염물질과 도로 위의 먼지, 동물의 배설물,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 같은 비점오염물질을 모두 씻어서 함께 우수관으로 들어오는데 이것을 초기 우수라고 한다. 비가 오지 않을 땐 오염된 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차집시설을 통해 처리하고 있지만, 비가 많이 오면 그 용량이 너무 커져 어쩔 수 없이 월류시킨 더러운 빗물이 하천을 오염시킨다.

좋다. 하수도는 워낙 복잡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으니까 넘어가자. 그런데 만일 이런 일이 본인의 아파트에서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새로 산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변기에서 냄새가 올라오고 윗집의 오수가 우리 집 베란다로 들어온다면 시공사를 소송하는 일까지도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하수도는 우리의 관심 밖의 존재이기 때문에 집 앞의 하수도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지나간다. 하수도 공사는 계획대로 시공이 잘 되었는지, 설계한 대로 물이 잘 흘러가는지, 이상한 물이 들어오지는 않는지, 새는 곳은 없는지 등 ‘입주 후 하자 보수’라는 개념이 없다.

아파트뿐 아니라 하수도도 똘똘해져야 한다. 각종 센서와 계량기를 설치하고 스마트 하수도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 있다. 기본적으로 빗물은 우수관으로, 오수는 오수관으로 들어가야 하고, 오염물질이 많은 초기 우수는 비점오염원 처리 시설이나 차집관로 등을 통해 일정한 처리 후 방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행하는 것이 하수도 분류화 사업이다. 지자체에서는 이 사업의 설계와 시공, 그리고 시공 후에도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관리·감독하여 사업효과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계심의, 용역심의 등 각종 심의 절차가 높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분류화를 위한 계획 시에는 주변 하천으로 조용히 들어오는 오수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하수도가 완전히 분류화되고 비점오염원이 철저히 관리되면 낙동강 수계의 지방하천이 더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성혁(동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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