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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77)

- 해, 달, 날, 동무, 돌대, 둘레, 돌다

기사입력 : 2022-10-05 08:15:20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42쪽부터 4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2쪽 둘째 줄에 ‘새 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에는 ‘새해’라고 붙여서 쓰는데 그 때는 띄어쓰기를 했나 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신년(新年)’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아이들이 알기 쉬운 말은 ‘새해’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새해’를 먼저 배우고 ‘신년(新年)’을 배우게 하고 그 다음에 ‘뉴 이어(new year)’를 배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를 먼저 알고 ‘금년(今年)’을 알게 하고 그 다음 ‘디스 이어(this year)를 알게 해 주어야겠습니다.

다섯째 줄에 ‘13달’과 ‘날 수’가 있습니다. ‘13개월’이라고 하지 않고 ‘일 수’라고 하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 토박이말인 해, 달, 날을 먼저 알고 년(年), 월(月), 일(日)을 알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43쪽 첫째 줄에 ‘동무’가 나옵니다. 앞서 알려 드린 적이 있는 말이라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 보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은 ‘친구’라는 말을 옛날 배움책에서는 쓰지 않고 우리 토박이말 ‘동무’를 쓰고 있습니다. 다르게 말해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친구’라는 말을 쓴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동무’라는 토박이말을 즐겨 쓰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섯째 줄에 ‘해’가 나오는데 이 ‘해’는 아시다시피 오늘날 많이 쓰는 ‘태양(太陽)’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요즘 배움책에도 ‘태양’으로 나오는데 옛배움책처럼 아이들이 보는 배움책에서는 토박이말 ‘해’를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곱째 줄에 ‘틀림이 거의 없다’는 말도 반가웠습니다.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거의 정확(正確)하다’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말은 ‘거의 맞다’는 말로 바꿔도 될 것입니다.

43쪽 밑에서 셋째 줄에는 아주 반가운 말이 ‘돌대’가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는 ‘회전축(回轉軸)’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아주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전(回轉)’의 뜻이 ‘돌다’는 뜻이기 때문에 우리 토박이말 ‘돌다’의 ‘돌’에 ‘대’를 더한 ‘돌대’가 바로 뜻을 알아차릴 수 있어 훨씬 쉽게 느껴집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 ‘돌대’로 배운 분들은 ‘돌대’가 쉽다고 하실 것이고 ‘회전축’으로 배운 분들은 ‘회전축’이 쉽다고 하실 것입니다. 그 다음 줄에 나오는 ‘해의 둘레를 돌고 있다’를 보시면 배움책에 어떤 말을 쓰는 것이 더 쉬울지는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양(太陽)의 주위(周圍)를 회전(回轉)하고 있다.’와 견주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참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꿈을 꾸고 가꿀 겨를을 만들어 주고자 하신다면 쉬운 말로 된 배움책으로 가르치고 배울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옛배움책이 그 좋은 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 보지도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자고 해도 좋은 길 옳은 길이라면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 보았던 바른 길을 알았다면 더는 늦출 까닭이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일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에 가서도 힘주어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 힘과 슬기를 보태주신다면 하루라도 더 빨리 우리 아이들에게 쉬운 배움책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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