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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창원미녀야구단’ 모녀 선수 민건혜&김가령

“똑 닮은 엄마와 딸, 야구사랑도 똑 닮았죠”

2020년 창단부터 함께 활동하며 추억 쌓아

기사입력 : 2022-10-12 20:39:47

“아직 저희 ‘창미야’를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일단 여자가 야구 유니폼을 입고 식당에 가면 ‘뭐하시는 분이세요’라고 질문을 던져요. 그러면 저는 딱 한 마디 건넵니다. ‘창미야, 야구선수입니다’라고요.”

창원시여자야구단 ‘창미야(창원미녀야구단)’의 2022년은 햇살 가득한 봄날이다. 창미야는 창단 2년 만에 ‘제11회 익산시장기 전국여자야구대회’, ‘제5회 선덕여왕배 전국여자야구대회’ 등 전국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하며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곳에는 창미야 창단부터 함께한 모녀 야구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창미야의 맏언니이자 정신적 지주인 민건혜(59)씨와 그의 딸 김가령(41)씨다. 두 모녀의 야구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창원시여자야구단 ‘창미야’ 단원인 민건혜(왼쪽)씨와 딸 김가령씨가 창원 88야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시여자야구단 ‘창미야’ 단원인 민건혜(왼쪽)씨와 딸 김가령씨가 창원 88야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민건혜씨는 활동적인 운동 매니아였다. 축구, 탁구, 400m 계주, 밸리댄스 등 다양한 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처음 프로야구가 생겼을 때 자연스레 야구를 눈여겨본 그였다. 하지만 그 눈길은 얼마 가지 못했다.

건혜씨는 “당시 야구가 신기해서 많이 챙겨봤는데 야구 경기장이 멀리 있다 보니 이후에는 서서히 멀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다 지난 2012년 창원에 NC 다이노스가 생기면서 잊고 있었던 야구의 관심이 되살아났다.

당시 진해 해군교육사령부에서 조리사로 일을 하고 있었던 그의 직장에서는 5개 부서끼리 소프트볼 단합 대회가 진행했다. 팀당 9명으로 인원을 구성하는데 거기에는 여자가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민씨는 소프트볼 팀원으로 합류하면서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건혜씨는 “직장에서 처음으로 소프트볼을 접했는데 너무 잘 맞았다. 잘 치다 보니깐 1번 타자로 넣어줬다. 타자를 비롯해 포수, 투수도 했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소프트볼을 참 재미있게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직장 내 체육 종목 활동이 중단됐다. 어쩔 수 없이 소트트볼과 멀어져 있던 상황에서 2020년 ‘창미야’가 창단 멤버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건혜씨는 그 길로 곧장 창미야에 지원했고 야구 배트를 다시 들었다.

이때 딸 김가령씨도 함께 창미야에 들어가게 됐다. 가령씨는 “저는 엄마와 달리 소프트볼을 접해보지도 않았고 야구의 ‘야’자도 몰랐다. 그냥 NC가 창원에 생긴 이후 바베큐 먹으러 가는 정도로 야구를 즐겼지, 야구 룰도 몰랐다”며 “엄마랑 같이 야구를 해볼까 하고 창미야에 지원했었는데 어느새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개인 연습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녀가 함께 야구를, 그것도 한 팀에서 뛴다는 건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다. 그 야구를 매개로 모녀 간 소소한 추억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가령씨는 “아무래도 제가 결혼을 하고 난 뒤로는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한 번씩 가는 것 외에는 일상을 공유할 기회가 없었다. 야구를 하고 나서부터는 운동복, 장갑을 하나 사더라도 같이 사고 나눌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건혜씨 역시 딸과 함께 야구하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한다. 건혜씨는 “아무리 같은 직장에 있다고 하지만, 근무하는 곳이 다르고 집도 거리가 있는데 살고 있다. 야구 덕분에 딸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다”며 “직장에서도 짬이 나면 같이 캐치볼을 하고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훈련장에서 일주일에 3번 이상은 보니깐 손주들한테 선물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야구장에서 전해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따금씩 공에 맞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아픔은 사치’라고 말하는 모녀에게 있어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건혜씨는 “야구를 할 때 달리는 게 정말 즐겁다. 그리고 야구는 단체 게임이다. 선수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매력인 것 같다. 젊은 친구들부터 나이 많은 저까지 함께 뛴다. 그게 매력이다”고 말했다.

가령씨는 “저는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더 많은 재미를 느낀다. 어려운 타구를 딱 잡아내며 ‘드디어 내가 하나 잡았다’라는 뿌듯한 느낌을 받는다. 연습을 통해 수비 자세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뿌듯함도 있다”고 전했다.

민건혜(왼쪽)씨와 딸 김가령씨가 창원 88야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민건혜(왼쪽)씨와 딸 김가령씨가 창원 88야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현재 건혜씨와 가령씨는 비주전 선수로, 맏언니인 건혜씨는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고 있다. 팀원들을 위해 연습마다 늘 간식을 챙겨오고 1박2일로 떠날 때에는 팀원들 반찬을 바리바리 보내며 팀의 사기를 돋우고 있다. 모녀는 경기마다 목청껏 응원하고, 누구 하나 넘어지거나 다치면 뛰어가서 아이싱해 주며 팀원들을 챙기는 든든한 존재다.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인 만큼 대회 출전에 대한 갈망도 있을 법하지만 두 모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A와 B팀으로 나누는데 저희는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아요. 오히려 감독님이 우리를 출전시킬까봐 조마조마하죠.(웃음) 우리가 나가서 실책으로 팀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보다 목 터지게 응원하며 팀원들 뒷바라지 해주고 우승을 달성하는 게 좋아요. 꼭 시합에 나가야지만 한 팀인 건 아니잖아요. 열심히 응원하고 우리팀이 우승하면 우리 역시도 우승팀의 일원이죠.”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 2연패를 달성한 창미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건혜씨는 “지금 팀내 리틀 야구 했던 어린 선수들이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 야구도 잘한다. 더 성장해야 할 때임에도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니 우리 창미야가 전국 최초로 실업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젊은 선수들도 더 좋은 기량으로 내가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고 자기들의 또 그게 직업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언젠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두 모녀의 꿈을 들어봤다.

“타 지역 경우 여자 야구팀들이 많아 리그를 진행하는데 우리 지역은 그렇지 못해요. 창원에도 여자 야구팀들이 많이 생겨서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리그를 진행할 수 있게 인프라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제 몸 닿는 한 열심히 야구하고 싶어요”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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