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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55) 하동 평사리 들판

고개 숙여 누렇게 여물어 가는 것들

기사입력 : 2022-11-04 08:31:58


가을 들판에 서면

아파트 엘리베이터 숫자가 작아질수록

흙을 밟으며 살아야 한다 생각하는 것은

나이 탓 일 게다

무작정 산으로 가다가

붉디붉은 단풍잎과 마주치면

문득 자연에 살고 싶다 생각하는 것은

정년을 앞둔 뒤숭숭한 마음 일 게다

바라만 보아도 배부른 들판을 걷다가

세상의 순리는 언제나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농사를 천직으로 아시는 부모님 마음 일 게다

돌아보면 아득한 저 들 한가운데

불어오는 비바람 견디며 서 있는

두 그루 소나무처럼

푸르고 싱싱한 것들이 누렇게 고개 숙여

황금빛 이슬로 빛나는 청명한 하늘

잡념 툭툭 털어내며 여물어 가는데

가을 들판에 서면 보인다

걸어온 길

걸어가야 할 길

☞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은 매년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들판으로 유명하며 들판 가운데에는 일명 부부송이라고 불리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리하여 이 일대가 사진 찍기 좋은 명소이자 하동의 숨은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높낮이가 다른 논과 일부 얕은 산이 자리했었는데 경지 정리 후 오늘날 넓은 들판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시·글= 민창홍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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