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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남성지원정책- 이현근(자치사회부장)

기사입력 : 2022-11-21 19:04:05

최근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리브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자신의 신간 ‘Of Boys and Men’ 출간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지난 2017년 ‘미국의 사상가 50인’에 오르기도 한 저명한 학자인 그가 여성에 비해 오래도록 기득권을 유지해온 남성들이 최근 살기 어려워졌다며 정부의 남성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그가 남성에 비해 여전히 여성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가부장제가 퇴조했고, 현 교육제도도 여성에게 친화적이어서 오래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의 학교 성적도 떨어지며, 기존 제조업 경제에서는 남성위주였지만 최근 서비스업으로 경제가 이동하면서 오히려 여성들에게 기회가 넓어져 남성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반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여전히 임금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높고, 고위직 비율도 남성이 많은 등 차별적 요인이 있다고 인정한다. 다만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2년가량 성숙이 뒤떨어지고, 그동안 여성들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으로 남성 위주의 직업들로 끌어온 것처럼 남성 지원정책으로 여성위주의 직업에도 더 많은 남성들을 진출시켜 남녀가 모두 번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차별해소와 권익이 신장되고 있지만 여성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남성계는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극과 극의 시각이 상존한다. 리처드 리브스도 책을 내려고 하자 주변에서 ‘고통뿐인 이슈’라며 말렸다고 한다. 우리사회도 남녀 권익에 대해 논의하는 걸 사실상 금기시할 만큼 뜨거운 감자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는 누가 이기고 누가 우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딸들과 아들이 여성과 남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 차별받지않고 사는 세상이면 바랄 게 없다.

이현근(자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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