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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가 생수를 마시지 않는 이유- 권재성(한국항공우주산업 안전환경팀 부장)

기사입력 : 2022-11-22 19:38:14

우리집에서 가장 아랫자리는 내 차지입니다. 마누라는 마누라라서 겁이 나고, 큰딸은 장녀라서 함부로 못하고, 작은딸과 막내인 아들은 너무나 원칙적이어서 두렵습니다.

건널목을 건널 때, 자동차가 신호를 받고 있을 때 뒷자석에 탄 아들을 힐끗 쳐다봅니다. 혹시 자고 있으면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려고요. 하지만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철저히 신호를 지킵니다. 두고두고 잔소리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페트병을 버리거나 스티로폼을 분리수거할 때 라벨을 떼고 깨끗이 씻어서 버려야 합니다. 종이박스를 버릴 때도 테이프를 제거하고 접어서 분리수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딸로부터 두고두고 핀잔을 듣습니다. 우리 작은딸은 철저한 환경보호주의자거든요.

나는 되도록이면 생수를 마시지 않습니다. 특히 페트병에 든 생수는 안 마십니다. 지금 당장의 목마름을 참으면 페트병으로 인한 엄청난 뒤처리 비용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집은 생수 대신에 수돗물을 끓여서 먹습니다. 구증구포한 구지뽕, 연근과 말린 도라지, 돌배를 넣어 끓입니다. 아들 기관지가 좋지 않아 돌배, 도라지를 넣습니다. 이렇게 끓인 물은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물을 끓여 먹으면 페트병을 버리지 않아서 특히 좋습니다.

요즘 일반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보험 가입, 주식 리딩방, 휴대폰 교체 권유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새로운 모델의 휴대폰이 나올 때면 공짜로 교체해주겠다는 전화가 봇물을 이룹니다. 하지만 저는 교체한 지 얼마 안 됐다며 단호하게 끊습니다. 막내아들이 중학생일 때 국어교과서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읽은 ‘핸드폰과 고릴라의 함수관계’라는 글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콩고에는 콜탄이 많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콜탄이 주석보다 싼 회색 모래 정도의 취급을 받다가 콜탄을 정련하면 나오는 금속 분말 ‘탄탈(Tantalum)’이 고온에서 잘 견디는 성질 때문에 휴대폰과 노트북, 광섬유 등의 원료로 널리 쓰이게 되자 콜탄은 귀하신 몸이 됐습니다. 전 세계 다국적 기업의 표적이 된 콜탄은 콩고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콩고 동부의 세계문화유산인 ‘카우자 비에가’ 국립공원이 황폐화된 것은 물론 그곳에 살고 있던 고릴라까지 말살시켜 버립니다. 1996년 28마리의 고릴라는 2001년 절반으로 줄었고, 350마리가 넘던 코끼리는 2000년에 단 2마리만 살아남았습니다. 사용 가능한 휴대폰을 1년만 더 사용해도 지구 반대편 고릴라는 1년을 더 살 수 있습니다.

환경은 환경이 살아있을 때 돌봐야 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불편하면 지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수를 마시지 않습니다.

권재성(한국항공우주산업 안전환경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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