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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책] 한글 날다

시적 통찰로 피어난 한글의 가치

창녕 출신 박종현 시인, 한글의 구성원리·체계 등 사색 녹인 시편으로 담아

기사입력 : 2022-11-25 07:59:32

원래 28자이던 한글. 그 가운데 4자가 소멸되고 현재 24자가 남았다. 그런 한글의 제작원리와 형태를 오래도록 응시하며 성찰해 온 시인이 있다. 박종현 시인이 시집 ‘한글 날다’를 펴냈다.

이번 책에서 시인은 ‘피다’, ‘헐다’, ‘날다’, ‘이순의 첫날’ 등 총 4부에 걸쳐 민족 언어인 한글의 구성 원리와 체계에 대한 깊은 사색, 철학성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의 길고 깊은 관찰과 응시는 성찰로 이어지고, 이는 시적 통찰로 피어난다. 한글에 대한 애정 어린 시인의 시선은 시편 곳곳에서 한글에 숨을 불어넣고, 그 가치를 되비춘다.


“여름과 가을, 꽃과 잎 사이/ 그리움처럼 끼고 살아온 ‘과’를 팽개치고 싶었다/ 차라리 꽃과 잎 사이 ‘과’에 대한 기억을 삭제한 채/ 여름 뒤 바짝 달라붙은 가을 어귀/ 꽃잎으로 뜨겁게 피어나고 싶다” -‘-과’ 일부

이동순 시인은 해설에서 “박 시인이 한글의 상형 원리를 시작품으로 빚어낸 시도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는 크고 빛난다”며 “그의 시작품과 그 효과가 보여주는 기대감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문화적 확장의 충동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창녕 출신인 박종현 시인은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199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쇠똥끼리 모여 세상 따뜻하게 하는구나’, ‘절정은 모두 하트 모양이다’ 등을 냈다. 현재 멀구슬문학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실천문학사, 124쪽, 1만원.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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