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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증장애인 급여 관리 실태서 드러난 비리

기사입력 : 2022-11-27 19:37:43

장애인 복지예산 누수가 심각한 지경이다. 경남도와 장애인인권옹호기관이 도내 장애인 급여 관리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1인 가구 중증발달·뇌변장애인에게 지원되는 복지예산이 줄줄이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급여를 관리하는 복지시설 관계자와 친인척, 지인들이 장애인 급여를 눈먼 돈으로 취급하며 부당 착복한다는 것이다. 급여 통장이나 직불카드를 장애인에게 맡기지 않고 관리자가 소지하면서 수급자와 관계없는 지출을 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한다. 장애인 복지예산 누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장애인 응답자 10명 중 3명은 학대가 의심될 정도라니 현장과 괴리된 장애인 복지의 단면이 드러난 셈이다.

1인 가구 장애인의 경우에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친인척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급여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급여 관리가 투명하지 않아 부정 지출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급여통장과 직불카드는 대부분 급여 관리자가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수급자인 장애인에 지출 보고를 하는 경우는 50.7%에 그쳤다. 절반 정도는 급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설명을 하지 않아 부정 지출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거주지역이 아닌 급여 관리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거액의 가전제품을 구입한 사례와 급여 관리자 용돈을 위해 현금을 인출한 사례 등을 보면 이번에 적발된 부정 지출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장애인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임하거나 학대하는 경우다. 장애인 33.6%가 학대가 의심되는데 이들 중에는 경제적 학대 외에도 유기·방임, 정서·신체적 학대, 노동착취까지 있다니 기가 찰 정도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는 그동안 지자체에서 급여 관리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약자 중에 약자인 중증장애인의 급여가 줄줄이 새면 삶의 질이 나빠질 것이 뻔하고 생존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제도적으로 장애인 급여는 체크가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장애인이 카드를 소지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정 지출과 학대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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