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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녀는 왜 그렇게 많은 옷을 샀을까- 황지영(함안교육지원청 장학사)

기사입력 : 2022-12-01 19:47:26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렉싱턴의 유령 단편집에 수록된 〈토니 타키타니〉에 죽은 아내의 옷을 대신 입어줄 여자를 구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위로받기 위한 남자의 처지가 딱해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요즘은 그의 아내를 생각한다. 그녀는 왜 그렇게 많은 옷을 샀을까. 왜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될 만큼의 옷을 구매하는 데 집착했을까.

소설 속 남자의 어머니는 일찍 죽고, 국가의 고도성장으로 자신의 역할을 빼앗긴 음악가인 아버지의 밑에서 남자는 외롭게 자라며 고독이 곧 자립인 삶을 살아왔다.

이런 남자와의 결혼 생활을 했던 여자는 행복했을까. 소설 속 여자는 남자를 통해 채우지 못한 욕구로 외로웠을 것이고 쇼핑을 통해 자신의 깊은 외로움을 달랬을 것이다. 이런 그녀의 태도가 그녀가 삶을 지탱해나가는 고도의 전략이었다는 것을 다른 삶을 살아온 남편은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남편의 충고에 따라 옷을 반품하고 오던 길에 사고로 죽고 만다. 어쩌면 살아갈 의미가 없어진 여자가 스스로 택한 죽음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며 결핍 덩어리이다. 결핍과 외로움이 없는 삶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구나 이를 숨기기 위해 혹은 위로받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간다. 그것이 반려동물이든, SNS든 어떻게든 사회적 유대감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니체가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먼 존재라고 했듯이, 우리는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 선행될 때 비로소 외로움을 치유하고 타인과의 유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는 서로 어떤 관계는 맺으며 지내 왔을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 상대방을 태우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너무 멀찌감치 떨어져 상대방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올해도 어김없이 12월이 찾아왔다. 서로에게 손 내밀어 마음을 함께 나누기엔 연말은 이를 표현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한 해의 끝자락은 여러 가지 의미로 끝이 아닌 시작인 것이다.

황지영(함안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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