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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끝과 시작- 임채성(시조시인)

기사입력 : 2022-12-01 19:47:29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한 장밖에’라는 말은 2022년에 한정된 의미다. 따라서 그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떨어지는 순간 새로운 달력이 내걸리게 될 것이다. 끝은 시작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지막이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기에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만 한다.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은 다르지 않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 태양빛의 기울기와 세기가 미세하게 변하는 것은 맞지만 태양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12월 31일의 태양과 1월 1일의 태양은 그 이미지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달력 첫 장은 대부분 해돋이의 이미지를 차용한다.

수평선이나 산맥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더 좋은 세상을 갈망하는 새해의 상징과도 같다.

해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해 해돋이를 본다. 그러면서 만사형통과 복을 기원한다. 또한 새해가 밝으면 희망찬 계획들을 가슴에 품는다. 비록 ‘작심삼일’이 되든 ‘용두사미’가 되든 그 계획이 지속성을 잃을지라도 삶의 순간순간 행하는 이런 다짐들은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는 계기가 된다. 그럴 때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 긍정의 마음이다.

옛 속담 중에 ‘가다가 멈추면 아니 간만 못하다!’란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다가 아니 가면 간 만큼 이익이다!’라고 한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되듯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긍정적 사고는 행복한 삶의 밑거름이다.

일을 하다 보면 잘못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 일을 거기서 멈추게 된다면 실패가 될 것이고,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잠깐의 실수가 될 것이다. 결국 실패라고 규정할지, 실수라고 인정할지는 당자의 마음이다. 성공이란 넘어진 횟수보다 딱 한 번 더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현실의 아픔과 절망을 뚫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는 긍정의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영화 〈로마의 휴일〉과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만인의 연인으로 등극한 ‘오드리 헵번’도 말하지 않던가. “불가능이란 없다. 그 단어 자체가 ‘난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으니까(Nothing is impossible, the word itself says Im possible)”.

그래서 인생은 ‘마인드 게임(Mind Game)’이라 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불가의 화엄사상도 마음의 자리를 강조한다.

지는 해와 뜨는 해를 보는 시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동력이자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빛이 어둠에 덮여가는 한 해의 저물녘에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둡게 보인다. 그러나 어둠이 빛으로 화하는 아침에 바라보는 앞날은 밝고 환하기만 하다. 새해 첫 태양은 언제나 마음속에서 뜬다. 빛을 이기는 어둠이 없듯 봄을 이기는 겨울도 없다.

쓰디 쓴 블랙커피에도 중독될 수 있는 것은 그 쓴맛 어딘가에 달콤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치는 일상에서도 보석 같은 순간들은 있게 마련. 그런 순간들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더 밝고 희망찬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새해를 기원해본다.

임채성(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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