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의료칼럼] ‘진행성 간암’ 간 이식과 다학제 진료

주종우(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센터 외과 교수)

기사입력 : 2023-01-16 08:07:04

‘원발성 간암’이란 간에서 처음 암이 발생된 경우를 뜻한다. 다른 장기로부터 전이되지 않은 간 자체에서 암 세포가 자란 경우다. 이때는 우선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복강경 간 절제술로 대부분 간암을 제거할 수 있어 통증도 덜하고 회복도 빠르다.

반면, 간 절제가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도 있다. 이때는 우선 간동맥 색전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 및 활성도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지만, 만약 간경화가 진행된 간암이라면, 고주파 치료나 간동맥 색전술을 시행할 수 없고, 간 절제술 또한 어렵다. 간 기능이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이기 시작하고 합병증이 나타나는 단계에 처하면서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자에서 정맥류 출혈이 발생하면 50% 이상에서 사망률을 보이고, 조절되지 않는 간성 혼수 단계가 뇌부종으로 진행되면 소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더 나아가 간경화 C단계는 간 기능이 거의 없어지고 문맥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심각한 단계로 1년 이내 사망률이 75~85% 정도 되므로 ‘간 이식’ 외에는 삶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렇듯 간암에서 간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고려할 수 있는 수술적 치료로서 간 이식을 시행한다. 간경화가 있는 병든 간과 간암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 제일 좋은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고전적인 치료법에 따르면 간암 병변이 1개인 경우 ‘5cm 이하’, 다발성인 경우 ‘3개 이하, 3cm 이하’인 경우에 간 이식 후 80% 이상에서 장기 생존할 수 있고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대증요법만이 제시되었지만, 최근에는 간암의 크기가 5cm 이상인 경우, 간암 병변이 4개 이상인 경우, 간암이 종양 혈전을 형성한 경우에도 간동맥 색전술 및 방사선 치료를 통하여 종양의 활성도를 조절하고 종양의 크기를 줄여서 성공적으로 간 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2013년부터 종양의 활성도를 줄이고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Down staging’ 치료로 진행성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켜 그 결과를 해외 주요 저널(Transplantation Proceedings 2016;48:3317)에 게재했다. 해당 연구에서 ‘진행성 간암’ 환자 56명 중에 종양의 활성도를 조절하지 않고 진행한 간 이식 환자 33명의 3년 무병 생존율은 56%인 반면에 Down staging 치료법을 적용하여 간암의 활성도를 낮추어 간 이식을 진행한 23명의 환자에서는 3년 무병 생존율 95%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치료법 적용을 위해서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 ‘간 내과’와 ‘간이식 외과’에서 진행성 간암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영상의학과’에서 정확한 간암의 진행 정도의 평가와 간동맥 색전술 및 고주파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고,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방사선 치료 적용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혈액종양내과에서 최적의 항암요법에 대한 고려 또한 필수적이다.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센터에서는 이처럼 다학제적 진료를 통해 간암의 활성도가 잘 조절되고 간암의 크기가 성공적으로 작아진 환자에서 간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자 한다. 조기 간암 발견을 위한 예방적 검사와 진단도 매우 중요하지만, 특히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는 종양의 활성도를 조절하여 간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기대수명을 연장시키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주종우(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센터 외과 교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