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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라이프] 메타버스 홈트레이닝

집, 짐(Gym)이 되다

기사입력 : 2023-01-17 21:23:38

매번 해가 바뀔 때마다 ‘다이어트’를 새해 목표로 삼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이어트는 신년 목표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새해가 밝은 지도 어언 3주차. 아직은 겨울을, 또 연초라 밀려드는 업무를 핑계 삼아 집과 회사 밖을 나서지 않고 있다. 몇 해 전 다이어트를 위해 실내 자전거를 구매했다.

한동안은 매일같이 자전거를 탔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땀 흘리며 운동을 하니 금방 체중을 감량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작금은 빨래 건조대로 쓰이고 있다. 특히 건조한 겨울 밤 빨래를 널어 놓으면 가습 효능도 탁월하다.


올해는 달라야 한다. 새롭게 각오를 다져 보지만, 밖은 여전히 춥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극히 한정적이다. 하나의 종목을 정해놓고 전문적으로 배우기에는 시간도, 경제적 여력도 없다.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 만한 운동법은 없을까.

디지털화로 인한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운동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퇴근 후 집에서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는가 하면 각종 장비를 구비할 필요도 없이 하나의 기기로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즐길 수도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메타버스(가상·초월 등을 뜻하는 Meta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 운동의 시대다.

◇퇴근 후 파리 에펠탑에서 만나요= 최근 디지털과 실내 자전거를 연동한 운동 컨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주로 전용 기기·자전거를 구매하거나 블루투스 연동 센서만 구매해 기존 실내 자전거에 부착하는 등으로 집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도 TV, 태블릿 PC, 휴대전화 등 연동된 기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라이딩을 하거나 레이스를 즐기는 방식이다.

디지털과 실내 자전거를 연동한 '야핏 싸이클'/야핏 홈페이지/
디지털과 실내 자전거를 연동한 '야핏 싸이클'/야핏 홈페이지/

우선 ‘야핏 사이클’을 이용하면 집에서도 전 세계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속도, 저항에 맞춰 앱 속 가상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집에서의 세계일주가 가능하다. 현재 △프랑스 파리 △스위스 베른·루체른 △하와이 △일본 오사카 △호주 시드니 △이집트 카이로 △인도 뉴델리 △태국 방콕 △베트남 △서울 △경주 △대구 등의 랜드마크 가상 코스를 지원하고 있다. 퇴근 후에 집에서, 친구들과 만나 에펠탑을 구경하고,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를 보며, 오사카 시내의 흩날리는 벚꽃 속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사이클 전문강사의 강의를 보며 자세, 속도, 호흡 등에 맞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드,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경쟁을 즐길 수 있는 레이싱 모드, 셀러브리티와 함께 자전거를 달릴 수 있는 셀럽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지원한다.

실내 자전거의 이질감으로 실제 자전거를 선호한다면 ‘블링크(Blync)’를 이용하면 된다. 블링크는 자신의 자전거 앞·뒷바퀴에 각각 경로센서, 속도센서를 연결해 실내에서 실제 자전거 주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덕분에 계절, 시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행이 가능하며, 이와 함께 평균 승차 횟수, 속도, 칼로리 등 모든 운동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Head Mounted Display(HMD·안경처럼 착용하는 디스플레이)와 연동 가능해 보다 현실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다.

◇각종 스포츠는 물론 게임까지= 현재 시중에는 PSVR, 메타 퀘스트 등 다양한 VR 기기가 출시되어 있다. 특히 2019년 출시된 메타 퀘스트는 별도의 외부 트래킹 기기 없이 작동하는 독립형 VR 헤드셋으로, PC와의 연결까지 지원하면서 VR의 대세를 이끌었다. 이 중 메타 퀘스트는 머리에 착용하는 VR기기 본체와 양손에 쥐고 사용하는 컨트롤러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위 구성품만 구비하면 인앱에서 별도로 구매하거나 설치하는 등으로 운동은 물론 게임까지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메타 퀘스트 같은 VR 기기의 장점은 하나의 기기로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PSVR의 경우 전용 콘솔을 통해, 메타 퀘스트의 경우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이나 앱 등을 설치하는 등으로 이용 가능하다.

메타 퀘스트2./메타 퀘스트 홈페이지/
메타 퀘스트2./메타 퀘스트 홈페이지/

리듬게임을 이용해 워밍업 및 유산소 운동을 즐길 수 있고, 피트니스 전용 앱으로 보다 즐거운 홈트레이닝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권투, 탁구, 테니스, 골프는 물론 미식축구, 태극권, 양궁, 야구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포츠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운동을 하다가 지치면 게임을 하면서 숨을 고르거나 스트레스 해소도 가능하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은 스마트폰, PC 게임과는 궤를 달리하기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 후엔 힐링까지= 가상현실을 이용해 운동을 직접 할 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스포츠나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중에 출시된 다양한 VR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하면 야구 등의 프로 스포츠는 물론 세계적인 인기 게임 등 E스포츠, 세계 최대 규모의 격투기 시합, X게임까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관중석의 열기까지 생생하게 전달돼 퇴근 후 집에서 좋아하는 선수·팀을 다른 팬들과 함께 응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반적인 TV 영상이 아닌, 360도 영상을 통해 놀이기구, 세계 관광 명소 등을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어 힐링에도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가수 등 연예인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콘텐츠에 참여하는 등 VR과 엔터의 연계까지 활발해 지고 있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 1992년 미국의 SF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에 의해 처음 등장한 개념 메타버스는 디지털화의 가속과 함께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추세가 확산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계절·직장생활·질병 등 다양한 요인으로 취미와 멀어지는 요즘, 메타버스를 활용해 운동·여행을 즐기면서 신년 목표인 ‘다이어트’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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