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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희망을 여는 사람들- 최성보(전 마산수협 상임이사)

기사입력 : 2023-01-24 18:56:28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칠흑같은 어둠이 세상을 뒤덮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마산수협 위판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거리는 새벽이라 그런지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다. 하지만 위판장 입구에 들어서니 저인망 선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냄새와 엔진소리, 밝은 불빛, 신선한 고기가 가득 담긴 상자들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어업인들이 불을 지핀 난로 주위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경매가가 잘 나오기를 기원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선어 위판장 풍경이다.

경매가 끝나니 어느새 붉은 해가 떠오른다. 물 묻은 고무장갑에 귀마개, 장화를 신고 하루를 시작하는 어업인들의 모습에서 힘찬 기운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 대비 수입은 만족스럽지 못해 늘 아쉽고 고민스럽다.

지난달 ‘경상남도가 수산물 수출에 지원사격 나선다’라는 기사를 읽고 농수산물 수출에까지 적극 나서는 박완수 도정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 내용을 보면 올해부터 경남도에 수산식품 산업단을 설치하고, 통영 법송 매립지구에 수산 식품 산업 거점 단지와 수산물 처리 저장시설을 건립해 고부가 수산가공식품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 어업인들도 경남도와 발맞춰 양질의 수산물을 생산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산물 수출을 극대화시켰으면 좋겠다. 전국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홍합, 가리비, 미더덕과 오만둥이, 굴, 그 외 각종 조개류 그리고 겨울철의 대구, 메기, 숭어, 장어, 남해안의 멸치와 양식 수산물 등을 주력 상품으로 성장·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어업인들의 소득 증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다만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 법 또한 어업인들의 고민거리다. 위판장에서 만난 한 어업인은 “12월, 1월 약 두 달간 대구 잡이를 해서 자녀들 공부시키고 먹고사는데, 단속이 너무 심해서 먹고살지도 못하겠습니다. 우째도 대구는 회류성 어류라 우리가 안 잡으면 다시 올라가다 다른 나라 어민들에게 다 잡힐낀데…”하고 하소연을 한다.

대구는 호망 어업 허가권을 소유한 어업인들만 잡을 수 있는데, 실상 대구를 포획하는 어업인들 중에는 그 어업권이 없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생계를 위해 벌금을 감수하면서 대구잡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지역 어업인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부분들도 민관이 함께 공청회를 통해 현실 여건이 어떤지를 들어보고, 법과 현실 간의 괴리를 좁혀 어업인들이 험한 바다에서 안전한 어업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어업인들은 오늘도 새벽을 열며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새벽부터 마산합포구의 수산시장과 위판장에서 희망을 열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힘찬 기운과 에너지를 받은 것처럼 2023년 계묘년에는 모두가 희망의 메시지를 가득 안고 좋은 이야기로 한 해를 살아갔으면 한다.

최성보(전 마산수협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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