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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구멍으로 하나의 흉터 없이… 로봇이 수술? 사람의 의술!

[단일공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

복강경수술 2000년대 초반 보급돼 나날이 발전

기사입력 : 2023-01-30 08:07:00

요즘은 의학칼럼이나 인터넷 등 수많은 매체를 통해 ‘최신 의학기술’, ‘최고의 수술 방법’이라며 로봇수술이나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광고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대중의 뇌리에서 로봇수술이라 하면 최고의 과학기술에 의한 최상의 수술 방법으로, 실제 로봇이 수술을 할 것이며, 이로 인한 비용적 측면 역시 타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대함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중의 인식이 생겨나기까지는 지난 20여 년에 걸쳐 수술방법의 전환기가 있었다. 외과 수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왔는지,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어떤 수술 방법인지 알아보자.

창원파티마병원 외과 최승호 과장이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창원파티마병원 외과 최승호 과장이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단일공 복강경수술= 쉽게 설명하자면 환자에게 최소의 침습으로 복강경수술을 진행한다고 할 때 3구 혹은 4구 이상의 복강을 뚫어 수술하는 일반 복강경수술을 가장 기본 형태의 복강경수술이라 하며, 3구 혹은 4구가 1구로 합체가 되면 이를 단일공 복강경수술이라 한다.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환자가 통증이나 흉터로 인한 수술적 공포로부터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4구가 1구가 되어도 치료자의 관점에서 기존 복강경수술과 대등한 수술적 결과 및 수술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외과 의사들의 노력과 수련의 과정을 통해 결과로 증명됐다. 당연히 단일공 수술은 3~4구 복강경수술보다는 진일보한 수술 방법이며, 환자의 관점에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배꼽 부위에 단일공 복강경 수술 후 모습./창원파티마병원/
배꼽 부위에 단일공 복강경 수술 후 모습./창원파티마병원/

◇단일공 복강경 수술 후= 과거에도 이런 수술적 전환의 시점이 있었는데, 필자가 전공의 시절부터 젊은 외과 의사로서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 복강경수술이 한국에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후로도 각 과의 특성상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에서 일부 수술이 진행됐으나 트랜드를 바꿨다고 할 만큼 획기적인 전환기는 아니었다. 이후 10여 년이 흘러가면서 복강경수술에 대한 수요와 시행 건수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한국 의사들의 손재주는 여러 가지 수술상의 난관을 비교적 쉽게 극복하면서 외과수술은 발전했다.

개복수술로 인한 수술적 완성도와 성취를 복강경수술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게 됨으로써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개복수술(복부 중앙을 15~20cm이상 절개)이 대세이던 것이 질환에 따라서는 거의 95%이상 복강경수술이 대세가 되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즘 배출되는 외과 의사들은 오히려 복강경수술에 워낙 적응되어 개복수술을 잘하지 못한다는 약점 아닌 약점을 노출하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는 복강경수술이 적응되고 적어도 환자에게 이런 질환은 복강경수술로 수술이 진행된다는 수술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경륜을 보여주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꾸준한 노력과 극복해야할 기술적 어려움을 넘어서기까지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단일공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은 2000년 초반부터 의학계에 조금씩 논쟁거리가 되기 시작했으며, 과거 개복수술에서 복강경수술로 넘어오는 어려움을 보다 빠르게 극복해보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의사들마다 다르겠지만 본인은 10여년 전부터 충수염에 대한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아이디어를 더하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 결과 현재는 우측 대장암의 경우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 암 수술이 진행된다. 또한 대장의 게실 수술, 일부 대장절제술, 소장의 종양이나 혹 제거 및 소장절제술, 복강경이 필요한 여러 조직검사, 인공장루를 내는 수술, 시험 개복술(수술적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응급수술에 있어서도 CT 등 확인 후 필요한 경우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15년 이상 꾸준한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이어 왔으며, 앞으로 로봇수술 장비를 도입하기 어려운 지방병원에서는 미래에 로봇수술 장비가 왔을 때 보다 빨리 적응하여 로봇수술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로봇수술= 작금의 화두가 되는 로봇수술에 대해서 알아보자. 아주 단순하게 한마디로 정의하면 로봇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 비싼 복강경 장비로 수술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반대중의 착시가 여기에 존재한다. 잘못된 알려진 것도 있고, 로봇수술을 보급하는 측에서 광고적 효과를 위해 그런 것도 있을 것인데, 이런 잘못된 시선과 편견을 고쳐야 발전적 수술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

로봇수술은 다시 정의하면 현재로는 가장 발전된 복강경 수술기를 이용한 수술이다. 우스운 말이지만 로봇이 수술하지 않는다. 수술은 외과의가 진행한다. 고도로 훈련된 복강경장비를 사용하는 전문가(의사)의 시술로 수술은 집도된다. 사람들은 로봇이 수술하게 되면 뭔가 더 좋고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지만 이것은 착시다. 어쩌면 가장 훌륭한 복강경수술자가 3공 혹은 4공으로 대장암수술을 집도할 때 로봇에 익숙하지 않은 수술자들이 로봇으로 수술하는 것보다 흉터도 적고, 보다 안전하고, 수술적 결과도 더 좋을 수 있다.

앞으로 5년, 10년 후 한국의 외과 수술영역에는 지금의 복강경수술이 대세가 되었듯이 로봇수술이 대세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은 발전되고, 한국은 선진국으로 변화되어, 이런 기술과 국민적 요구가 의료의 혁명적 변화를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병원들은 사활적 경쟁으로 로봇수술 장비를 도입하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 비용, 수술의 완결성, 보편타당한 수술에 관한 결정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편의성과 고가의 최신 치료에 몰입되어 로봇수술이 확산될 것이다. 또 지금의 발전 속도로는 10년 안에 또 다른 버전의 새로운 의료 로봇이 공급될 것이며, 의사로서 일반인으로서 과학기술의 위대한 여정과 의료기술의 발전에 찬사를 보낸다.

이런 변화의 어디쯤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 변화되는 단계의 계단으로써 말이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최승호 창원파티마병원 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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