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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남녀노소 발길… 도민 미술 관심 이끌어

막 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지난 10월 개막 이후 총 6만명 찾아

기사입력 : 2023-01-30 08:06:59

경남도립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총누적 관람객 6만명을 돌파하며 코로나19로 크게 줄었던 관람객을 회복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기증이라는 화제성과,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변하는 거장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로 호평을 받으며 신규 관람객 유입은 물론 도립미술관 관람 연령층 확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전시 마지막날인 지난 25일, 영하 10℃의 날씨에도 미술관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영원한 유산’ 전시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김기창 화백의 작품 ‘투우’ 앞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박수영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영원한 유산’ 전시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김기창 화백의 작품 ‘투우’ 앞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박수영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연자(62·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씨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도 봤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근대 작가 작품들을 많이 다룬다고 해서 마지막 기회를 놓치기 싫어 아침 일찍 왔다”며 “특히 작품 크기가 작아도 자신의 세계를 오롯이 담아내는 장욱진 작가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미술관 3층 5전시실 김기창 작가의 작품 ‘투우’ 앞에서 마지막 도슨트(전시해설사) 투어가 시작되자 80명이 넘는 관람객이 그림을 에워쌌다. 폐막날이 되면서 평일에도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영원한 유산’ 전시 마지막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3층 로비에서 80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박수영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이슬기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영원한 유산’ 전시 마지막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3층 로비에서 80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박수영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이슬기 기자/

경남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8일 개막한 이건희 특별전은 전시 80일째인 지난 15일 기준 누적 관람객 5만명을 넘었고, 25일까지 총누적 관람객 6만1206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2020년, 2021년의 한 해 평균 관람객 3만6000여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거리두기가 완화된 2022년 1차 전시(1만7124명), 2차 전시(1만5508명) 관람객수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설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4일에는 하루에만 2421명이 미술관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에 기증된 60점의 이건희 컬렉션으로 기획됐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유영국, 김기창 등 한국 근·현대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먼저 관람한 이들의 추천으로 입소문도 유효했다. 전국 이건희 컬렉션을 도는 관람객, 한 전시를 여러 번 관람하는 N차 관람객도 있었다.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영원한 유산’ 전시 마지막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이상범 화백의 작품 '사계산수' 앞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박수영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이슬기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영원한 유산’ 전시 마지막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이상범 화백의 작품 '사계산수' 앞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박수영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이슬기 기자/

박외호(64·창원시 성산구 반지동)씨는 “딸이 먼저 보고 오더니 엄마, 아빠도 꼭 보러 가라고 권유해 아내랑 왔다”며 “책에서 많이 본 작품들인데, 작품이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품들 크기가 작아서 놀랐다”고 밝혔다.

미술관으로서는 단순히 관람객수를 늘린 것 뿐 아니라 이번 전시로 경남도립미술관의 도내외 인지도를 높이고, 도민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것이 성과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방문 등에 힘입어 서울,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리고 있으며, 처음으로 도립미술관을 방문하는 도민 관람객도 늘었다.

김준영(37·김해시 율하동)씨는 “서울에서 열릴 때 보러 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아 경남 전시 소식을 듣고 휴가 중에 회사 선배랑 같이 왔다”며 “미술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인근에서 전시하는 데다 작품도 많다고 들어 처음으로 보러왔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도립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 연령층이 넓어졌다는 점도 긍정적 변화다. 기존에는 주로 어린이와 부모님으로 구성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는데 이번 특별전에는 50, 60대 관람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전시장에서도 50대 이상 관람객 연령층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 해설을 맡은 박수영 도슨트는 “백발에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채 백팩을 매고 혼자 관람하러 오셨던 분이 기억에 남고, 1차 관람을 했던 분이 재차 해설을 들으셔서 지루하셨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여러번 들어야 기억에 남는다며 개의치 말라’고 해주신 어르신도 잊을 수 없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품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겼다 생각하시면서 미술관을 어렵지 않게 느낀 분이 많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전시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전시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남도립미술관 김종원 관장은 “이번 전시가 경남도민들이 미술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중요한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경남도립미술관은 양질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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