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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도시 시대가 저문다- 김종부(전 창원부시장)

기사입력 : 2023-02-05 19:17:04

도시(都市)란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이 되는 일정한 지역을 말한다.

오늘날의 도시발달은 산업혁명 이후 기계문명에 힘입은 공업제품의 대량생산 및 그 제품의 대량거래·대량 수송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공업의 발달은 고용기회를 증대시키고 고용 증대는 많은 사람을 도시로 불렀다.

도시는 농촌보다 근대적인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도시와 함께 노동분화가 가능해졌고 따라서 부와 여가, 교육과 학문의 향상, 그리고 기술과 과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도시의 형성은 고대에는 주로 정치·종교·군사의 거점으로서 이루어졌으나, 중세 이후에는 상업이 도시형성의 주역이 되었고 19세기 이후에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각지에 산업도시가 성장하였다. 오늘날에는 광역도시(metropolitan), 거대도시(metropolis), 대상도시(megalopolis) 등으로까지 변모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경제성장과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면서 신흥 공업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부터는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면서 도시화시대로 접어들었다. 오늘날 도시화율은 90%를 넘었고 인구 10명 중 9명이 대부분 도회지에서 거주하고 있다.

전 세계의 도시화율은 2010년 기준 51.7%였다. 2025년에는 인구 60%가 도시에서 거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인구 100만명 도시가 20개에서 300여개로 증가했고 최근 들어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UN은 전세계에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megacity)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11개), 중국(10개), 일본(8개), 프랑스(6개), 영국(9개)은 고급인력, IT, 교통, 문화, 교육인프라, 1000만 명의 소비시장, 기업의 본사 및 R&D 등을 보유한 메가시티를 2050년까지 육성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들은 지난 3년간의 신종 ‘코로나19’ 사태가 도시 경제의 근간인 서비스업을 마비시키고 제조업까지 위협하는 일자리 붕괴를 목격했다.

‘국가 대표급’ 대도시들이 보호무역주의와 국경을 뛰어넘어 자본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신(新) 중세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가 간 이동과 교류의 통로가 좁아지는 ‘장벽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대도시의 생활 방식이 창의성을 뿜어내는 경쟁력의 원천이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를 부르는 뇌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난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도시일수록 의료진, 의약품, 보호 장비를 신속하게 배분할 수 있는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인구가 집단화된 1000만 도시는 바이러스 감염 속도가 빨라 치료와 격리가 어려워 거대도시 전체가 한꺼번에 봉쇄되는 상황을 보면서 거대 도시보다 안전한 도시를 재건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대도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예감을 던지고 있다.

김종부(전 창원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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