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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식적인 도의회 해외연수보고서 유감

기사입력 : 2023-02-05 19:18:49

경남도의회가 지난해 12월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제출한 연수보고서가 부실해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일까지 도의회 누리집에 게시된 7개 상임위의 ‘2022년도 공무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민감한 예산 집행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보고서 중 절반은 방문지 현황 등 불필요한 내용으로 채운 무늬만 보고서였다고 한다. 면피용으로 대충 썼다고 평가된다. 그것도 동행한 공무원이 대부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지방의회의 외유성 출장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는데도 함량 미달의 보고서를 제출한 경남도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꾸짖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의회 해외연수 목적은 선진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시책을 발굴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번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보면, 연수 목적은 뒷전이고 관광지 중심의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기획행정, 건설소방위 등 2개 상임위의 보고서에는 연수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별 연수 소감’조차 없기 때문이다. 연수 소감이 있는 상임위의 보고서도 의원별로 한 문장에서 최대 3쪽에 그쳐 시책 발굴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특히 이번 연수에는 의원별로 210만원에서 최대 35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는데도 7개 상임위 모두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과 함께 도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외유성 해외연수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는 통제를 위한 규정과 감독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 부실한 보고서를 제출해도 사후 검증시스템이 없다 보니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료를 베끼고, 동행한 공무원에게 보고서 작성을 맡기는 것이 관행화된 것이다.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령 보완을 통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의회 스스로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민이 보고서를 직접 검증하여 부실한 경우, 여행경비를 환수하도록 하는 장치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번과 같이 형식적 보고서 제출이 반복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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