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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보고서… 도의회 국외연수 ‘외유성’ 지적

2022 공무 국외연수 결과보고서

예산집행 내역·연수 소감 없고

기사입력 : 2023-02-05 20:25:35

경남도의원들이 지난 연말 공무 국외출장을 다녀온 뒤 내놓은 해외연수보고서가 예산 집행내역 등 필요한 내용은 빠지고 방문지 현황 등 불필요한 내용으로 다수 채워진 데다, 그마저도 의원이 아닌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외유성 출장’ 지적이 나온다.

경상남도의회./경남신문 DB/
경상남도의회./경남신문 DB/

경남도의회 기획행정·교육·농해양수산·경제환경·건설소방·문화복지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와 의회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2022년도 공무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의회 누리집에 순차적으로 게시했다. 지난해 12월 19일~23일 6개 상임위원회, 26일부터 30일 의회운영위원회가 진행한 국외연수에 대한 보고서다.

이 기간 의회운영위원회는 라오스로 연수를 다녀왔고, 문화복지위원회와 확대의장단은 싱가폴·말레이시아, 이외 상임위원회 5곳은 모두 일본을 다녀왔다. 의회운영위원회와 같은 기간 해외연수를 떠났던 확대의장단은 아직까지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다.

상임위원회별로 짧게는 28쪽부터 길게는 62쪽까지로 분량이 다른 만큼 보고서를 채운 내용 차이도 컸는데, 이들 보고서 중 절반 정도는 필요한 내용보다 불필요한 내용이 많은 무늬만 보고서였다. 보고서 분량은 건설소방위원회와 문화복지위원회가 28쪽으로 가장 짧았고, 교육위원회가 62쪽으로 가장 분량이 많았다. 이외 농해양수산위원회가 40쪽, 기획행정위원회 45쪽, 의회운영위원회 47쪽, 경제환경위원회 58쪽이었다.

연수 일정과 연수 목적, 방문지 현황과 현장 질의응답 등 내용이 공통적으로 들어갔지만, 연수의 의미라고 할 수 있는 ‘의원별 연수 소감’은 교육위원회와 농해양수산위원회, 경제환경위원회, 의회운영위원회, 문화복지위원회 보고서에는 있었지만 나머지 2개 상임위원회(기획행정·건설소방) 보고서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문화복지위원회 보고서에는 ‘총평’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의 소감 부분이 존재는 했으나 의원별로 1문장씩 5명이 전부였다. 문화복지위원회는 9명이 연수를 떠났다. 이외 보고서에는 의원별로 최소 1쪽, 많게는 3쪽까지 포함했다.

도민들의 세금을 들여 떠난 해외연수이기에 어떤 것보다 투명해야 하지만, 연수 때 예산을 어떻게 집행했는지 내역은 7개 보고서 모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연수에 위원회별로는 2600~3300만원이, 의원별로는 210~350만원 정도의 여행경비가 들어갔다.

반면 방문국가나 도시, 기관 설명이나 주요사업 등 국내에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현황들은 불필요하게 많았다. 교육위원회나 경제환경위원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장소별 1쪽 정도로 간결했던 반면 문화복지위원회는 전체 분량의 절반에 달하는 13쪽 정도가 현황이었고, 기획행정위원회도 20쪽이 넘는 분량을 현황으로 채웠다.

무엇보다 보고서 대부분이 의원이 적은 게 아닌, 연수에 동행한 공무원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의 연수 소감이 들어가지 않은 보고서는 의원의 수고가 일절 없었고, 소감이 있는 보고서 일부도 의원에게 소감을 물으면 직원이 알아서 정리했다는 설명이다.

상임위원회 관계자는 “보통 직원들이 초안을 만들고 간담회를 진행해 의원님들이 ‘이런 내용이 좀 더 들어갔음 좋겠다’ 식의 첨언을 말로나 글로 주면 추가해 정리하는 형태다. 기본적으로 공무원 국외출장 보고서 형식이 있다. 그게 이번 보고서처럼 기본 현황, 질의응답, 총평 및 제언 등이라 그걸 토대로 만든다”고 밝혔다.

조재욱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고서에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는 건 양으로 때우려 했다는 반증이다. 질의 응답 수준을 보면 원론적인 질문에 단답이 적혔다. 연수는 배우러 가는 건데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결론적으로 배워온 게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민들 세금으로 의원들 연수를 보내는 건 그만큼 배워서 지역사회 도움이 되라는 의미다. 때문에 의원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보고서를 써야 한다. 같은 장소를 방문해도 개인마다 느끼는 건 다를 것이므로 이걸 묶어 총평이 나오고, 직원들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별도가 되어야 한다. 울산 중구의회처럼 조례상에 국외연수 보고서를 의원 개별로 작성하도록 규정해 연수의 의미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남도의회 김진부 의장은 “의원들이 해외에 나갔다 오면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이를 토대로 예산사업을 연계하는 등 도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에 접목하는데, 보고서만을 연수활동의 결과로 평가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직원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면이 있지만 의원들도 적어야 하는 건 자신들이 다 한다. 지나면 다 기억을 못할 수 있으니 직원분들이 현장에서 녹음을 하고 추후 정리를 하기도 하나 의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작성된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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