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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 대여 수수료 받는 화물 지입사 퇴출”

당정,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방안 발표

‘번호판 장사’ 세무조사 착수 방침

기사입력 : 2023-02-06 20:17:15

정부는 운송 영업 없이 번호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화물차 지입 전문업체’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또 화물차주들에게 이른바 ‘번호판 장사’를 해온 지입회사들의 탈세 행위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말 일몰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폐지하고 대신 화물차주가 받는 운임만 강제하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

국민의힘과 국토교통부는 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9일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난 지 두 달여 만이다. 정부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반영해 ‘화물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거대 야당이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은 우선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불거진 안전운임을 표준운임으로 바꾸기로 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3년 한시로 도입됐다. 하지만 시장 구조의 본질적 개선 없이 운임만 강제하는 대증 요법에 불과하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표준운임제는 종전 안전운임제가 운송운임(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과 위탁운임(운송사와 차주 간 운임) 모두 강제했던 것과 달리 화물차주가 받는 위탁운임만 강제하게 된다. 사실상 자율화되는 운송운임은 운임계약 때 참고하도록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매년 공포할 계획이다. 또 운임제 적용 대상 차주의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표준운임제 역시 3년 일몰제로 도입해 2025년 말까지 시행하되, 기존 안전운임제를 포함한 성과를 분석한 뒤 지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상은 종전과 같은 시멘트와 컨테이너 등 2개 품목이다. 운임 규정 위반 시 무조건 화주에게 건당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던 조항은 폐지한다.

이와 함께 지입전문회사를 퇴출하기 위한 방안도 밝혔다. 지입전문회사는 이 번호판을 활용해 화물차주로부터 2000만~3000만원 수준의 사용료와 월 20만~30만원 수준의 위·수탁료 등을 받아 수익을 내는데, 정부는 이를 실제 운송업은 하지 않는 ‘번호판 장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번호판 사용료를 비롯해 운송사가 기사에게 각종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이런 행위를 ‘계약 무효 대상’으로 못 박고, 이를 어긴 운송회사엔 ‘감차’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영업 가능 화물차 대수를 직접 줄이는 감차는 업계에서 수위가 가장 센 처분으로 통한다.

당정은 국토교통부에 ‘불공정 신고센터’를 설치해 차주들로부터 그간 불공정 거래와 착취 사례 신고를 받기로 했다. ★관련기사 3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정 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손대지 못했던 지입제의 근본 개선에 나서게 됐다”며 “화물 운송산업의 근본적 문제는 놔두고 임시방편으로만 그때그때 모면하다시피 지금까지 끌어온 구조적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일하지 않은 채 국가의 면허를 독점해서 중간에서 수익을 뽑아가는 기생 구조를 타파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운송 시장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지입제 등 전근대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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