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추락하는 교권, 날개는 없을까

최근 대면교육으로 교권침해 증가

2021년 98건→2022년 1학기 118건↑

기사입력 : 2023-02-07 20:32:57

#1.한 학생이 보건실 사용 문제로 보건실 문을 세게 닫은 후 교무실에 보관 중인 자신의 휴대폰을 무단으로 탈취, 수업 중 사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지적하는 교사에 욕설을 하고 교실을 나와 사물함을 발로 차고, 심지어 이런 행동을 제지하는 교사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2.학부모가 상담 주간에 담임에게 반말을 하고, 이후 교실에서 면담 중 교사에게 외모 비하성 발언을 했으며, 2차례 협박과 고함을 지르며 위협을 가했다.

위 내용은 최근 경남지역 학교에서 벌어진 교권 침해 사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서 교사에 대한 교권 침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권 침해에 대한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치유 활동은 물론 교권 확립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실효성 있는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교권 침해 증가세=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교권 침해 사례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는 비대면 교육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에는 대면 교육이 이뤄지면서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에는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해 총 258건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185건, 2020년에는 58건, 2021년에는 98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22년 1학기에는 11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중 학생으로 인한 교권 침해가 65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도 50건에 육박했다. 그 외 관리자 등 기타 10건 등이다. 교권 침해에 대해 사례별로 살펴보면 모욕 및 명예훼손이 328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교육활동 중 부당 간섭행위 121건, 공무 및 업무방해 52건,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이 49건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상해폭행, 성폭력 범죄도 발생하면서 심각해지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366명에 대해서는 교내봉사나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등을 실시했으며, 325명에 대해서는 출석 정지, 정학, 퇴학, 학급 교체 및 병원 치료 등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다.


◇최근 2년 급증세…교권 침해 심각성 인식= 최근 2년간 교권 침해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 2021년에는 전체 98건이었던 것이 2022년 1학기에만 118건으로,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2022년 전체로 따져보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남교육청은 학생에 대한 교권 침해 건수 증가와 더불어 학부모 등 일반인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사례별로 보면 모욕과 명예훼손, 상해·폭행, 교육활동 부당 간섭,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 조성 등이 많아 가볍게 넘기기에는 사안이 중해 보인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54.7%는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전년도 44.5%에서 10.2%p나 올랐다.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2019년 50.7% △2020년 50.9% △2021년 44.5% △2022년 54.7%로 최근 4년간 지난해 응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만 19세 이상 75세 미만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3~29일 실시됐다.

◇교원 보호 및 지원활동 강화= 경남교육청은 원활한 교원의 교육활동과 피해 교원에 대한 심리 치료 및 법률·행정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제2청사 2층에는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 진주시 진양도서관에는 상담실을 마련해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교육활동 보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내 교원 총 1955명이 경남행복교권드림센터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보호신속지원팀(학교방문 ONE-STOP 지원)은 심각한 교권 침해 발생으로 14개 학교에 14회 방문을 한 데 이어, 행복교권드림센터에서는 심리상담 1666명(1864회), 법률상담 146명, 행정지원 143명(188회) 등을 지원했다. 대상별로는 특화된 기간에 집중해 쉼과 회복을 위한 교원힐링연수도 실시하며, 교원의 심리정서 치유를 위해 상담사 상담과 관계 회복을 위한 집중적인 심리 치료도 지원하고 있다.

예방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수업 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음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이음교실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방해 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수업 방해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맞춤식 지원으로 긍정적 수업을 유도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교육활동 프로그램이다. 도내 53개교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수업 방해 행동에 대한 기존의 사후 처벌 위주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배려와 존중의 수업문화 조성을 위한 ‘예방 활동’,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원인에 따른 ‘맞춤형 지원’, 심각한 학생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 및 전문가 연계 치유 지원 등 3단계의 ‘관계 회복과 배움, 성장’에 중점을 두는 교육활동으로 학습권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김정희 경남교육청 학교혁신과장은 “코로나 이후 교육활동이 정상화되면서 교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존중과 배려의 학교문화 조성과 학생의 여건에 맞는 ‘맞춤식’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예방활동과 함께 피해가 발생할 시 신속하게 대처해 교원들이 마음 편히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민영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