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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의료 인프라 이대로 괜찮은가 (상) 현황 위기의 징후들

18개 시군 중 14곳 ‘의료취약’… 중증환자 52% 골든타임 놓쳐

경남 유일 도립공공병원 마산의료원 의사 채용난

기사입력 : 2023-03-02 08:04:33

2023년 경남, 도시의 절반이 소멸위기에 처한 가운데 주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의료서비스 인프라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남 18개 시군 중 14개 시군이 의료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경남의 16개 시군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지역의료원은 3억원대 연봉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역 필수 의료인프라 확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역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호를 맞아 경남의 의료서비스 위기 현황을 들여다보고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지난해 경남도가 조사한 지역주민 욕구조사(2022)에서 도민들은 거주하는 지역과 타 지역간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영역으로 ‘의료시설 및 서비스’(44.1%)를 꼽았다. 사람도 병원도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남지역 공공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고, 도민들의 의료 서비스 혜택의 질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공공의료 의사 채용난= 경남의 유일한 도립공공병원인 마산의료원은 수년째 의사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잇따른 의사들의 퇴사로 지난 2022년 하반기에는 의사 정원 28명 중 6명이 부족한 22명 체제로 운영됐으며, 소아청소년과와 신장내과 등은 수개월 공석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의료원은 재공고 끝에 최근 3개과 의사채용에 성공해 2일부터 현원이 25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등 일부 과목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해 여전히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산의료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원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는 데다 최근 수도권에 대형병원 분원이 많이 생기면서 지역의료원이 전반적으로 전문의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산청군보건의료원도 1년 가까이 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지역민의 의료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연봉 3억6000만원을 제시한 세 차례에 걸친 채용공고에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채용난이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지방의료원 의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의료원 35곳 중 26곳이 의사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18년 7.6%였던 의료원 결원율은 2022년 기준 14.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원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26.1%)이었으며, 전남(25.8%), 충북(21.3%), 대구(20.5%), 경남(17.9%)이 뒤를 이었다.

공공의료 의사부족은 공중보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도내 공중보건의는 정원 대비 25명(전원 의과)이 부족했다. 통영과 거제를 제외하고 16개 지역에 1~2명씩 미달사태를 빚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8년(251명) 대비 40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의대생 현역 지원자 증가 △여성비율 증가 △의학전문대학원 정원증가 등을 원인으로 도는 분석했다. 이에 도는 각 시군 의사채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군 지역의 의사채용이 여의치 않으면서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의료 인프라 수준도 불균형= 지역의 필수의료 서비스 확보는 주민의 안전과 정주여건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경남의 경우 현재 필수의료 의사 448명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초거점병원(6개 진료과목 기준)의 경우 9개 군지역에 58명, 지역거점 공공병원(13개 진료과목 기준)의 경우 4개소에143명, 대학병원 3개소에 247명이 부족한 필요인력으로 분석했다. 이는 진주병원과 통영적십자, 거창적십자 등 공공병원 신축에 따른 충원 의사수를 포함한 것이다.

경남의 전체 의사 수도 전국 평균 대비 1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남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020년 기준)는 1.65명으로 서울 3.14명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는 전국 평균 2.04명보다 적은 수치로 부산은 2.36명, 광주는 2.50명으로 집계됐다. 도내 시군별로 살펴보면 종합병원이 밀집돼 있는 양산시(2.39명), 진주시(2.54명)가 경남 평균보다 높고 나머지 지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사람의 분율을 의미하는 연간 미충족의료율도 전국에서 상위권이다. 경남은 2020년 8.4%(전국 1위), 2021년 7.2%(전국 2위)로 집계됐다.

문제는 생명과 직결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낙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남의 응급의학전문의 수도 인구 10만명당 2.98명 수준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15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경남에서는 최근 5년간 중증응급환자의 절반 이상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경남의 골든타임(적정시간) 내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한 비율이 52.1%로 전국 16개 시도 중 7번째로 높았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경남의 응급의료 취약지는 도내 18개 시군 중 창원·진주·김해·양산을 제외한 14개 시군에 달한다. 그중 하동·산청·함양·합천 등 13개 시군이 분만취약지, 하동·산청·함양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다.

이언상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리프 ‘경남 의사인력 확충 필요성과 정책과제’를 통해 “응급의학전문의가 없는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일반의사가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급성기 환자에 대한 의료 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의료인력 부담 또한 큰 상황”이라며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의사인력의 이탈 가능성을 높이고 다시 남은 의료인력의 업무부담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의료 이용의 어려움은 결국 도민의 건강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위원은 경남의 기대수명이 82.8년(2020년)으로 하위 5순위로 타 지역에 비해 짧은 수준이고, 경남의 전체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317.1명으로 전국 298.3명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집중된 수도권 원정진료는 증가=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원정진료’를 선택하는 도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창원중앙역 앞에는 매일 아침 첫 차로 원정진료를 가는 암 환자들이 줄을 서고, 이는 결국 지역 의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방 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에 따르면 경남도민의 수도권 원정진료는 환자 수와 진료비가 매년 증가 추세다. 경남의 상급종합병원 원정진료 환자는 2020년 7만3474명에서 2021년 8만2063명으로 늘었고, 진료비도 2020년 2억4691만원에서 2021년 2억7486만원으로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수도권 병원으로 쏠림현상도 다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다소 완화됐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도권 전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경남환자 수는 20만3868명(4억5024만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24만여명의 환자가 수도권 원정진료를 갈 정도로 매년 증가하다 코로나19 확산 시점인 2020년 19만여명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20만여명으로 늘었다.

또 2021년 기준 경남의 전체 진료비는 7조2336억원이고, 이 중 관외진료비가 1조6718억원(23.1%)에 이른다. 이는 2017년 대비 41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서울과 부산의 경우 전체 진료비 중 관외 진료비 비중은 10% 수준에 그친다. 또 지역의 입원환자 자체 충족률은 2020년 76.6%에 그친다. 반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대도시 지역의 입원환자 자체 충족률은 80% 이상이다.

이언상 연구위원은 “의사 등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적절한 시기에 지역 내 의료이용이 어려울 경우 타 지역 의료서비스에 따른 이동시간, 교통비, 숙박비 등 추가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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