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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기자의 우리동네 해결사] (1) 창원 북면 감계 신도시 우리가 지킨다

동네 곳곳에 마을 지킴이 모집 현수막 및 안내글 붙어

불량 청소년 등 떼거리 모이는 날 주민·상인들 골머리

해법은?…“경찰 출동시간 줄이고, 이웃들 힘 모아야”

기사입력 : 2023-03-02 14:01:44

어느 동네든 우리 사회는 공동체를 꾸리며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함께 살아가며 이웃 간 분쟁부터, 생계 고민, 개발로 인한 갈등, 인권 침해나 차별, 환경 문제 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린 대화나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곤 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풀지 못하고 숙제로 남겨두거나,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곤 합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해결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사소한 문제라도 함께 고민해 해결책의 단초를 찾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은 동네 구석구석 해결사를 자처해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리 신도시 전경.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리 신도시 전경.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리. 이곳은 2008년 도시개발사업이 본격화된 뒤 현재 2만3000명 넘는 인구가 모인 신도시로 발전했습니다.

도시가 발전되는 사이, 명암도 생겨났습니다. 주민들은 “부쩍 동네에 불량배가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학교 주변과 상가 주변에서 일명 ‘삥 뜯기’와 청소년들의 집단 술·담배 행위 및 일탈 행위가 발생했고, 외부 지역에서 불량한 오토바이 무리까지 동네로 침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보다 나은 생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감계마을 지킴이를 만들고자 나섰습니다. 이에 취재진도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북면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북면 인구는 2월 중순 기준 4만3100여명 정도입니다. 북면 내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감계리는 2만3000여명, 무동리 1만800여명 규모 신도시로 발전했습니다. 10년 전인 2013년 1월 북면 인구가 1만1300여명이었으니, 대략 3배 가까운 인구가 북면에 유입된 셈입니다. 그중에도 감계 신도시는 북면 인구의 절반이 넘는 편입니다.

이달 중순께 취재진이 방문한 감계 입구 쪽의 북창원IC 인근 회전교차로에는 ‘초·중·고 학교 주변 및 방범 취약지역 순찰’이란 내용과 함께 ‘지킴이 대장’의 연락처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습니다. 또 동네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엔 “주민들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고자 한다’는 지킴이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었죠.

우리는 실태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어둑한 밤, 감계초등학교와 감계중학교 부근부터 순찰을 시작해 원주민이 사는 중방마을·내감마을 주변, 북면고등학교 부근까지 구석구석 살폈습니다. 그럼에도 며칠 간 불량배 무리를 직접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감계 상업지 내 업주들의 증언을 통해 그들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건물에 ‘CCTV 촬영 중’을 알리며, 기물 파손이나 흡연 금지 등의 경고문이 더덕더덕 붙어 있었죠.

지난달 중순께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리에 마을 지킴이 모집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달 중순께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리에 마을 지킴이 모집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로 중학생이죠. 어느 날마다 머스마, 가스나들이 20~40명씩 떼거리로 다니면서 건물에 숨어 담배 피우고. 어떨 땐 형들도 와서 90도로 인사를 하고, 무리끼리 어떤 파가 있더라고요, 무서워요. 전엔 우리 가게에도 10명 정도 와서 ‘뭐 주세요, 뭐 주세요’하더니 나중에 계산할 땐 ‘1개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뭐라 카도 몬 해요. 혹시 나한테 피해가 올까 봐요.(업주 1)”, “요새 애들이 몸집이 커요. 동네 애들도 있고 친구 만난다고 오는 애들도 있고요. 장사를 방해하고, 하도 더러운 꼴을 많이 봐서 겨우 다 쫓아냈습니다.(업주 2)”

창원 북면 감계리 한 건물 벽면에 화장실 파손 경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창원 북면 감계리 한 건물 벽면에 화장실 파손 경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축한 북면고 입학에 맞춰 3월 2일부터 감계마을 지킴이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발족한 감계발전위원회를 찾았습니다.

이상민 위원장은 “무면허 오토바이 무리가 동네로 한 번씩 들어오는데, 동네 애들은 아닌 것 같은데 어려 보이더라고요. 신고하면 도망가서 못 잡고 그렇더라고요. 또, 상가 주변에선 더 어린애들한테 ‘돈 좀 줘 봐라’ 그런 경우도 있고요. 한 가게는 애들이 와서 술을 마시고 자진 신고해 영업정지를 받았습니다. 이외 애들이 어두운 곳에 모여 성적인 접촉을 하는 일도 있었고요”라며 “동네가 영유아 수가 전국 톱 수준인데 아이들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뚜벅뚜벅 걸어서 순찰해보자. 지킴이를 할 때 4인 1조로 해서 구역별로 나눠서 순찰할 예정입니다. 경찰이나 어느 단체도 이렇게 정기적으로 순찰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동네에 불량배들이 상존하는 것은 아닌 셈이지요. 그럼에도 기사화를 결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언제 또다시 불량 청소년 같은 무리나 오토바이를 탄 불량배 무리가 동네로 침범해 주민들과 상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동네 특성상 유난히 많은 배달 오토바이들이 인도 침범과 신호 위반 등을 일삼아 무법질주로 인해 일상을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리 동네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무리가 담배를 피우면서 걷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리 동네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무리가 담배를 피우면서 걷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 상업가에서 한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로 오가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 상업가에서 한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로 오가고 있다.

해결 방안 중 하나는 경찰의 순찰 강화와 신속한 출동 체계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취재 결과, 현재 감계 상업지와 9km가량 10여분 거리의 멀리 떨어진 북면파출소가 가까운 곳으로 이전을 추진해 출동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창원서부서는 올 하반기쯤 북면파출소를 동전리 산단 부근으로 이전할 방침인데,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하겠죠.

동네는 ‘무시무시한 불량배’가 있어 치안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많은 영유아와 인구가 밀집해 있는 이곳 주민들에겐 ‘작은 위협’이 모여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경찰에 상인들이 겪는 고충과 함께 오토바이의 무법질주 등 취재 사실을 전달하며 강력한 단속과 순찰, 치안 확보를 요청했습니다. 단속만 능사는 아니겠죠. 어쩌면 서로 간 진솔한 대화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도시가 더 평화로워지려면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과, 외부인의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 등 이웃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취재수첩 1. 2023년 1월 북면지역 경찰 신고 건수는 모두 332건으로 감계리 92건(27%), 신촌리 72건(21%) 무동리 44건(13%) 등. 주로 인구수와 유동 인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됨. 2. 북면파출소장은 “잘 알아보겠다. 현장에 직접 가서 지도 계도하고 단속하고 한 번 해보겠다”고 약속함.

글= 김재경 기자·사진= 이솔희 VJ

※우리 동네 썰 영상은 유튜브 경남신문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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