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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 이중섭 머물던 시절로

시, 종합정비계획 최종 보고회

1기 졸업생 고증·조사 등 거쳐

기사입력 : 2023-03-06 20:49:00

근현대 통영 나전칠기 공예의 맥을 이었던 항남동 ‘경상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 건물이 옛 모습을 찾는다.

통영시는 6일 시청 회의실에서 항남동에 위치한 경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양성소 건물에 대한 종합정비계획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경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양성소는 1951년 8월, 40명 정원의 2년제 기술교육 기관인 ‘나전칠기 강습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이듬해 도립 나전칠기 양성소로 개칭해 70년대 중반까지 20여년 이상 운영되며 나전칠기 공예인들을 양성해 온 기관이다. 설립 당시 나전칠기 김봉룡, 도안 및 설계제도 유강열, 옻칠기법 안용호, 소묘 및 데생 장윤성, 건칠 강창규 등이 강사진을 맡았다. 6·25전쟁을 피해 통영에 머물렀던 화가 이중섭도 한때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소묘와 데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통영시 항남동 ‘경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 건물./통영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통영시 항남동 ‘경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 건물./통영시/

항남동 건물은 이 기간 중 설립 초기부터 10년 동안 경상남도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로 사용된 건물이다.

1936년 건립된 이 건물은 삼각형 형태의 박공지붕과 일본식 기와를 얹은 전형적인 일본식 건축물로 지어졌다. 처음엔 청루(기생집)로 사용됐으나 해방 이후인 1952년 12월~1962년 8월까지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로 활용됐다.

1969년 9월 민간에 이전된 이후에는 위락시설이나 식당 등 상업시설로 용도가 변경되면서 외관 일부와 1, 2층 내부 공간 등이 개축됐다. 그나마 목구조와 지붕, 건축물의 형태 등에서 당시 원형을 확인할 수 있으며 건축 당시 사용한 외벽재료(비늘판벽)가 남아 있다.

통영시는 2019년 10월 이 건물을 매입해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을 신청, 2020년 12월 국가등록문화재 801호로 지정됐다.

시는 이 건물에 대한 종합정비를 통해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로 사용되던 당시 모습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나전칠기 기술원양성소 1기 졸업생인 옻칠미술관 김성수 관장을 만나 당시 구조에 대해 고증을 받았으며 문헌조사와 현장실사 등을 거쳐 종합적인 정비계획안을 마련했다.

시는 우선 부식이 진행된 지붕과 처마는 보수하고 사진문헌에 존재하는 장마루를 당시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또, 내부 회벽과 목조 사각격자 미서기창을 복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출입문과 정원, 정원을 두른 목조 울타리도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복원된 건물은 400년 전통의 통영 나전칠기를 알리는 홍보관으로 활용된다. 1층에 전시·판매 공간을 두고 2층에 이중섭의 방과 홍보관, 교육장 등이 자리 잡는다.

통영시 관계자는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로 사용된 항남동 건물은 건축적 가치보다는 통영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속 가능하게 한 사회사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건물”이라며 “나전칠기 양성소로 사용하던 시절의 흔적에 대한 정밀한 고증을 통해 진정성 있는 복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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